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남중국해에서 항행·상공(上空)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항행 문제로 정면충돌하고 있는 미·중 국방장관이 참석한 자리에서 인공섬 건설 등 중국의 공세적 활동에 반대한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이라 파장이 주목된다. 한 장관의 발언이 미국 측 스탠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란 해석이다. 우리 정부 고위 인사가 중국 고위 관리 앞에서 직접 남중국해 문제를 제기한 것도 처음이다.
한 장관은 ADMM-Plus 본회의 연설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항행·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남중국해) 지역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자제돼야 한다”고도 했다. 회의에는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을 비롯해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 등이 모두 참석했다.
한 장관은 관련 당사국 간 이미 체결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의 효과적이고 완전한 이행과 함께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수칙(COC)’ 조기 체결의 진전도 기대한다고 했다. 중국과 아세안은 2002년 DOC를 채택했지만 구속력 있는 COC 제정에는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미·중이 DOC와 COC가 포함된 문구 반영을 놓고 대립, 참가국 전체의 공동선언도 채택되지 못했다. 카터 장관은 미군이 남중국해에서의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창 부장은 미 군함이 인공섬을 건설 중인 스프래틀리 군도에 접근한 것에 강한 불만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장관은 이어 진행된 한·중 양자회담에서는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한·중 양국은 국방부 간 핫라인을 조기 개통하고, 해·공군 간 핫라인은 각각 1개선을 추가 개설키로 했다.
한편 카터 장관은 핵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호를 타고 남중국해 인근을 항행할 예정이라고 미 국방부 관리가 밝혔다. 목적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항모가 남중국해 인근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영유권 분쟁지 인근으로 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韓, 中 면전서 美에 힘 실어줬다… 한민구 국방 “남중국해 항행자유 보장돼야”
입력 2015-11-04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