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싸움에 치여… 나라살림 올해도 건성건성 심사?

입력 2015-11-04 22:14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멈춰 섰다.

2012년 5월 개정된 국회법(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이달 말까지 예산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12월 1일 본회의에 정부 원안이 자동 부의된다. 심사 기한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졸속 심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결특위는 지난달 26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산 심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같은 달 28일 종합정책질의가 시작되자마자 여야는 역사 교과서 공방만 벌였다. 정부의 확정고시가 있던 3일부터는 야당의 불참으로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비경제부처에 대한 부별 심사가 예정됐던 4일 역시 야당 의원 전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30분 만에 정회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9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옛 계수조정소위)가 가동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소위 구성조차 힘든 상황이다. 예산안조정소위 권한은 막강하다. 여기에서 결정된 감액, 증액 규모가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사실상 그대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증액 심사는 각 지역구의 사업 예산과 맞물려 있어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데, 이런 속도라면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결위 여야 간사에게 위임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밀실 심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예결위 파행은 19대 국회 들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엔 무상급식과 누리과정(만 3∼5세 아동 보육비 지원사업) 예산 문제로 여야 대립이 극한을 치달았다. 창조경제 등 이른바 ‘박근혜표 예산’과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후속 예산을 깎아 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야당과 이를 정치공세로 몰아붙이는 여당이 평행성만 달렸다. 그러다 12월 1일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자 여야는 다음날 가까스로 수정동의안을 마련해 본회의에서 가결시켰다. 예산안 자동부의 시행 첫해부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란 위기감이 컸기 때문이다. 앞서 2013년엔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으로 연말 국회가 공전했다.

새누리당은 원유철 원내대표가 나서서 국회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전방위적으로 야당을 압박했다. 원 원내대표는 “예산안 심사와 법안 처리,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5일부터 본회의를 열어도 이 많은 현안을 어떻게 다룰지 굉장히 무거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본회의를 단독으로라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예산 심사가 뒤늦게 재개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일단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놓고 여야의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부수법안도 기한 내 예결위에서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이런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은 5일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만나 본회의 일정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