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쯤 서울대 관악캠퍼스 법과대 앞 버스정류장에서 스마트폰에 설치한 ‘스누버(SNUber)’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었다. 서울대 캠퍼스 지도가 화면을 채웠다. 기자가 서 있는 위치는 지도에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됐다. 같은 지도에는 서울대 캠퍼스 내 도로를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검은색 자동차도 표시돼 있었다.
목적지인 서울대 기숙사를 지도에서 찾아 손가락으로 누르자 파란색 화살표가 그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어 ‘승차 요청(Request a ride)’ 버튼을 눌렀다. 지도 위 검은색 자동차는 서서히 빨간색 화살표 쪽으로 다가왔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자 지붕에 센서를 단 제네시스 승용차 한 대가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차문을 열고 몸을 넣었는데, 어? 운전기사가 없었다.
자율주행은 운전석 핸들에 있는 ‘주행(Cruise)’ 버튼을 누르자 시작됐다. 그 옆의 ‘취소(Cancel)’ 버튼을 누르면 수동으로 돌아온다. 스스로 움직이는 이 자율주행차량은 민첩하고 영리했다. 차 문을 닫고 스누버앱에서 ‘탑승(On board)’ 버튼을 누르자 차량은 스르륵 도로 위를 달렸다. 지붕센서에 달린 스캐너 64개는 주변의 지형지물과 차량·행인을 인식해 뒷좌석 모니터에 3차원(3D) 영상으로 보여줬다.
차량은 도로 주변에 세워진 차들과 도로를 오가는 학생을 감안하면서 시속 25㎞로 목적지까지 이동했다. 이 차는 서울대 캠퍼스의 제한속도(시속 30㎞)까지 달릴 수 있도록 설정돼 있다.
코너를 돌 때 핸들은 부드럽게 꺾였다. 교차로에 이르면 속도를 줄였다. 공사 자재를 나르는 덤프트럭이 도로를 막자 10여m 앞에서 자동으로 멈춰 섰다. 센서가 인식하기 어려운 속도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행인에 대비해 운전석에 서울대 연구팀 관계자가 앉아 있었지만 운전대를 잡을 일은 없었다. 10여분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스누버앱의 ‘꺼짐(Off)’ 버튼을 누르자 차량은 다음 손님이 기다리는 목적지로 떠났다.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는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와 연구팀은 4일 국내 최초로 도심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차량과 스마트폰 앱을 통한 택시 서비스 ‘스누버’를 공개 시연했다.
자율주행차량에는 3D 지도를 기반으로 한 위치파악 기술, 이동 물체 탐지·추적 기술, 다른 차량과 보행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기술, 혼잡 구간 주행 기술 등이 탑재됐다. 서 교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목적지 톨게이트까지 이동하는 기술은 2025년, 도심에서 목적지를 찾아 이동하는 기술은 2035년쯤 상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이경수 교수 연구팀도 ‘양산형 자율주행자동차’를 공개 시연했다. 장애물 인지를 위한 레이저스캐너, 주변 차량을 확인하는 레이더, 차로를 인식하는 카메라, GPS 등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장비들을 장착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국내 첫 무인 자율주행 택시 ‘스누버’ 공개 시연] 앱으로 택시 호출… 운전기사 없는 車가 왔다
입력 2015-11-04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