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일정 발표] 교육·학계 이어 연예계도… 반발 도미노

입력 2015-11-04 21:58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자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국정 역사 교과사를 대체 또는 보완할 수 있는 대안교재를 제작하겠다는 입장을 구체화했다. 교원단체와 역사학계 등도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강력한 대중 동원력을 지닌 유명 방송인, 가수들도 1인 시위와 콘서트 등으로 반대 여론의 전면에 나섰다.

우선 시선을 끄는 것은 진보성향 교육감들이다. 4일 현재 대안교재 개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시·도교육청은 10여곳에 달한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장휘국 광주교육감이 가장 적극적이다. 장 교육감은 “대안 교과서 개발에 예산 8000만원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국정화에 반감이 강하다. 이 교육감도 대안교재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원·전북 등도 동참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들은 학교 현장의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하는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특히 인정 교과서 형식으로 대안교재를 개발해 보급하고, 선택 교과를 개설해 별도로 역사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교육감들이 집단적으로 거부한다면 국정 역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역사학계와 시민단체들도 대안교재 제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조만간 역사학 전공 교수 등과 대안교재 발간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국정 역사 교과서가 현장에 배포되는 2017년 3월에 맞춰 배포를 완료할 계획이다. 특히 검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연구자와 교사를 집필에 대거 참여시켜 국정 역사 교과서를 무력화하는 데 나설 방침이다.

가수 이승환씨는 이날 오후 7시 후배 음악가들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무료 콘서트인 ‘한쪽 눈을 가리지 마세요’를 열었다. 방송인 김제동씨도 국정화 반대 1인 시위에 나섰다. 페이스북에 공개된 사진에서 김씨는 “역사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마음까지 국정화하시겠습니까? 쉽지 않으실 겁니다”라고 쓴 스케치북을 들고 있다. 유명 연예인들이 여론전 전면에 나서자 일부 보수성향 네티즌들이 ‘빨갱이’ 등 폭언과 살해 협박까지 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은 이념 갈등의 무대로 변질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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