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일정 발표] 역사학계 ‘따가운 시선’ 의식? 최몽룡 교수, 참석 돌연 취소

입력 2015-11-04 22:28
국사편찬위원회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은 국정 역사 교과서 추진의 난맥상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역사학계의 우려와 반발이 어느 정도 강한지, 이 때문에 빚어진 ‘필자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기에 충분한 자리였다.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브리핑 참석을 번복했다. 당초 최 명예교수는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함께 나와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양쪽에 배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브리핑이 열리기 몇 시간 전 돌연 참석을 취소했다. 최 명예교수가 배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제자 등 지인들이 극구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을 바라보는 역사학계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여기에다 브리핑에서 국편 측 답변은 ‘모르쇠’와 ‘나중에’로 귀결됐다. ‘투명한 집필’을 강조하는 모습과는 정반대 태도였다. 김 위원장은 취재진의 질문을 5개로 제한했다가 빈축을 샀다. 그는 배석한 신 명예교수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도 막아섰다 항의가 빗발치자 마지못해 물러섰다. “우리가 어렵게 집필진을 초빙했기 때문에 다른 질문은 가급적 안 해주는 게 좋겠다”며 질문 공세를 끊어내기에 바빴다. 김 위원장은 질문 10개를 받은 뒤 도망치듯 브리핑 장소를 빠져나갔다.

김 위원장과 함께 나가려던 진재관 국편 편사부장이 억지로 마이크 앞에 섰지만 마찬가지였다. 집필진 공개 범위 등을 묻는 질문에 “결정 안 됐다” “모른다” “집필진과 상의해 나중에 결정” 등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진 부장이 말을 흐린 부분에 대해 재차 답변을 요구하자 사회를 보던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한 말은 인터넷 이브리핑(정부 브리핑을 중계하는 인터넷 사이트)을 돌려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래는 김 위원장과 진 부장의 주요 발언.

-중립적인 집필진의 기준은 무엇이며 누가 판단하는가.

“앞으로 국편 홈페이지에 모집 공고가 나갈 것이다. 국편 위원들과 외부 전문가를 모시고 심사하게 될 것이다.”(김 위원장)

-근현대사 집필진은?

“현행 교과서는 근현대사 부분에 문제가 있다. 때문에 근현대사 집필진 구성은 역사학자를 포함해 정치, 경제 분야 등 다양한 전문가가 섭외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 6·25전쟁처럼 민족의 아픔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군사학이나 헌법을 연구하는 분도 참여해 입체적이고 정확한 역사가 되도록 서술한다.”(김 위원장)

-대표 집필진과 집필진, 아직 정해지지 않았나.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고 오는 20일까지는 전원이 다 확정될 것이다. 대표 집필진은 거의 확정됐지만 공개 여부는 아직 검토해야 한다.”(진 부장)

-정확히 몇 명인가.

“처음에는 고등학교 15명, 중학교 21명 총 36명으로 산정했는데 상황에 따라 역사 전공이 아닌 분들이 추가되면서 변동이 예상된다. 대표 집필자는 선사·고대·고려·조선·근대·현대 분야 1명씩 위촉되며 분야마다 집필자 수는 달라질 수 있다. 역사 전공이 아닌 분 3∼4명이 현대사에 일부 포함된다.”(진 부장)

이도경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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