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우리 정체성 담았죠”… 8년 만에 신곡 내고 돌아온 인디밴드 ‘못’

입력 2015-11-04 18:26

남극 여행을 마치고 칠레에서 1주일을 더 머물렀다. 차가 달리는 곳은 비가 오지 않는데, 먹구름이 있는 저 앞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묘한 풍경이었다. 그렇게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가사를 썼다. 밴드 ‘못(Mot·사진)’의 보컬 이이언의 이야기다. 8년 만에 신곡으로 돌아온 ‘못’의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2004년 보컬과 기타 2인조 밴드로 시작한 ‘못’은 앨범 2장(‘비선형’ ‘이상한 계절’)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2004년)과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2008년)을 수상했다. 대중적으로 유명세를 얻지는 못했지만 마니아층이 두텁다. 2007년 2집을 끝으로 이이언은 솔로 앨범을 2장 냈다.

이제 이이언은 다시 ‘못’으로 돌아왔다. 조남열(드럼) 이하윤(건반) 송인섭(베이스) 유웅렬(기타)의 5인조 밴드가 됐다. 5인조 밴드로 신곡을 발표한 ‘못’을 4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못’은 이달 17일 두 번째, 다음 달 중순 세 번째 싱글 앨범을 낸다. 정규 앨범은 내년 초 발매 예정이다.

첫 번째로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를 내놓은 건 어떤 의미일까. 이이언은 “팬들에게 5인조 밴드 ‘못’에 대한 우려를 덜어드리려는 곡으로 골랐다”고 했다. 밴드로서 변화된 점들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요소도 담겨 있다. 5인조 밴드로 바뀌어도 ‘못’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는 걸 입증하는 앨범인 것이다.

‘못’은 악기 앞에서 음악을 만들지 않는다. “손에 익은 방식으로 습관적인 음악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해요. 머릿속에서 좋은 음, 좋은 리듬을 생각해서 연주로 구현하는 방법을 찾는 게 조금 더 참신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이이언)

대신 밴드가 연주하기에는 지극히 까다로운 곡들이 나오기도 한다. “악기의 편의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좋은 음악만 만들다 보니까 보통은 연주되지 않는 방법으로 해야 할 때가 있어요.”(이하윤)

그렇다면 ‘못’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음악을 말로 설명하는 게 적합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굳이 얘기하자면 이렇다.

“관습적인 것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시도들을 하면서 미묘한 지점들을 계속 조정해 나가는 게 ‘못’의 음악인 것 같아요.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사이의 미묘한 균형점을 찾는 거죠.”(이이언) “‘못’의 정서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조남열) “음악에 담긴 메시지나 표현되는 방식이 ‘못’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송인섭)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