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프리미엄 차량’ 도전] ‘메이커’에서 ‘브랜드’ 시대로!

입력 2015-11-04 21:17 수정 2015-11-05 00:59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이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과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위장막에 가려진 차량은 다음 달 출시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고급 럭셔리 세단 ‘EQ900’(글로벌 명칭 G90)이다. 작은 사진은 세계적 차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 전무. 연합뉴스

현대차가 4일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공식 출범한 것은 질적인 도약을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전 세계 800만대 판매를 돌파해 글로벌 자동차업계 5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성능도 좋고 가격도 착한’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기아차를 합쳐 2010년 8.0%를 돌파한 이래 2011년 8.6%,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8.8%를 기록 중이다. 세계경제 침체로 점유율은 유지하지만 영업이익률은 떨어지고 있다. 양산차 브랜드로는 한계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평가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게다가 현대차는 향후 5∼10년 후 중국 업체들의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현대차 한 임원은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기술력을 급속도로 높이고 있다”며 “가격경쟁력에다 기술력을 갖춘 중국차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명확한 상황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이 포진한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상황이다.

현대차는 결국 고급 브랜드를 통해 고급차 시장에서 경쟁하고, 고급차 개발로 축전된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양산차 브랜드가 고급차를 보유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폭스바겐그룹은 대중차 브랜드로 폭스바겐·스코다·세아트라, 고급차 브랜드로 아우디·포르쉐·벤틀리·부가티·람보르기니를 보유하고 있다. 1970년대 ‘값싸고 연비 좋은 차’로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도요타는 89년 별도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를 내놓았고, 렉서스는 출시 2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고급 세단이 됐다. 도요타가 렉서스를 내놓을 무렵 도요타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지금 현대·기아차와 같은 8%대였다. 인도의 타다 자동차는 재규어·랜드로버를 인수했고, 중국 지리자동차도 볼보를 인수·합병(M&A)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10년 이상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1세대 제네시스 개발에 착수하던 2004년부터 프리미엄 브랜드 출범을 준비해 왔다. 2008년 1세대 제네시스, 2009년 신형 에쿠스, 2013년 2세대 제네시스 등을 출시하며 경쟁력을 강화했다. 현대차가 브랜드 론칭을 하게 된 자신감은 제네시스의 성공 때문이다. 2세대 제네시스는 2014년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테스트에서 승용차 최초로 전 항목 만점을 받고, 2014년 캐나다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올 1∼9월 미국 미드 럭셔리 차급에서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에 이어 3위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아우디 A6, 렉서스 GS를 앞서는 실적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인간 중심의 진보’를 기치로, 지능형 안전·직관적 편의 기술·연결성 기반의 혁신,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 성능, 동적인 우아함을 지닌 디자인, 간결하고 편리한 고객 경험을 4대 핵심 방향으로 설정했다. 현대차 연구·개발 총책임자인 양웅철 부회장은 “안전을 제네시스의 핵심 자산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 차별화를 위해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을 디자인했던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인 루크 동커볼케(50)를 전무급으로 영입했다. 현대차는 앞서 BMW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 영입 등을 통해 엔진, 변속기, 섀시 등 고성능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