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국립발레단장 “발레리나로서 마지막 한국무대 오릅니다”… 내년 은퇴 앞두고 국내 공연

입력 2015-11-04 18:24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열린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 내한공연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앞둔 소감을 밝히고 있다. 내년 7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은퇴를 예고한 강 단장은 6∼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은퇴작 ‘오네긴’을 한국 관객들에게 미리 선보인다.크레디아 제공

“발레리나로서 한국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그동안 저를 사랑해주신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자리입니다.”

강수진(48) 국립발레단 단장이 친정인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함께 공연하는 ‘오네긴’(6∼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앞두고 4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년 7월 22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은퇴를 예고한 강 단장은 은퇴작 ‘오네긴’을 미리 선보인다.

그는 “지난해 초 국립발레단 단장직을 받아들이면서 발레리나로서 은퇴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오네긴’ 외엔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1996년 ‘오네긴’의 주역 타티아나를 처음 맡은 이후 점점 더 사랑하게 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오네긴’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상징하는 안무가 존 크랑코(1927∼1973)가 1962년 발표한 작품으로 드라마 발레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내한공연 당시 강 단장의 빛나는 연기로 큰 화제가 됐었다.

강 단장은 “솔직히 아직도 더 춤출 수 있다. 하지만 내년이면 나도 한국 나이로 50살이 되고, 이제 충분히 출 만큼 췄다고 생각한다. 발레리나로서 최고 수준의 춤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무대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늦기 전에 은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그동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에 은퇴한다고 해서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며 “은퇴하면 그동안 못 잤던 잠을 푹 자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발레단을 은퇴한 이후 여느 발레리나처럼 갈라 공연 등에 나올 수 있지만 강 단장은 지금으로서는 무대에 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발레리나로서 좋았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을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행복한 순간이 참 많았지만 굳이 꼽으라면 연습하면서 어제보다 오늘이 더 잘됐다고 느꼈을 때”라면서 “반대로 부상당했을 때는 힘들었다. 그래도 무용수들이 거쳐가는 삶인데다 매번 강해져서 무대에 돌아왔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내게 행복을 주는 것은 국립발레단 단장으로서 후배들과 작업하는 것”이라면서 “후배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은퇴 이후 가장 행복한 부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강 단장은 ‘동양인 최초 로잔 콩쿠르 우승’ ‘동양인 최초·최연소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현역 최고령 발레리나’라는 세 수식어가 사실과 다르다는 국민일보 단독 보도(10월 26일자)에 대해서도 “나는 동양인 최초가 아니다. ‘최고’나 ‘최초’ 같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나 스스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면서 “아마도 처음에 누군가 잘못된 정보를 쓴 후 계속 반복되어 쓰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쓰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리드 앤더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단장은 “요즘 유럽 유수의 발레단에 가면 뛰어난 한국 무용수를 많이 만나게 된다. 강 단장이 바로 지금의 한국 무용수들이 나올 수 있도록 길을 닦은 선구자임에 틀림없다”고 극찬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