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로서 한국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그동안 저를 사랑해주신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자리입니다.”
강수진(48) 국립발레단 단장이 친정인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함께 공연하는 ‘오네긴’(6∼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앞두고 4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내년 7월 22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은퇴를 예고한 강 단장은 은퇴작 ‘오네긴’을 미리 선보인다.
그는 “지난해 초 국립발레단 단장직을 받아들이면서 발레리나로서 은퇴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오네긴’ 외엔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1996년 ‘오네긴’의 주역 타티아나를 처음 맡은 이후 점점 더 사랑하게 된 작품”이라고 밝혔다.
‘오네긴’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상징하는 안무가 존 크랑코(1927∼1973)가 1962년 발표한 작품으로 드라마 발레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내한공연 당시 강 단장의 빛나는 연기로 큰 화제가 됐었다.
강 단장은 “솔직히 아직도 더 춤출 수 있다. 하지만 내년이면 나도 한국 나이로 50살이 되고, 이제 충분히 출 만큼 췄다고 생각한다. 발레리나로서 최고 수준의 춤을 보여줄 수 있을 때, 무대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늦기 전에 은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그동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에 은퇴한다고 해서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며 “은퇴하면 그동안 못 잤던 잠을 푹 자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발레단을 은퇴한 이후 여느 발레리나처럼 갈라 공연 등에 나올 수 있지만 강 단장은 지금으로서는 무대에 설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발레리나로서 좋았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을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행복한 순간이 참 많았지만 굳이 꼽으라면 연습하면서 어제보다 오늘이 더 잘됐다고 느꼈을 때”라면서 “반대로 부상당했을 때는 힘들었다. 그래도 무용수들이 거쳐가는 삶인데다 매번 강해져서 무대에 돌아왔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내게 행복을 주는 것은 국립발레단 단장으로서 후배들과 작업하는 것”이라면서 “후배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은퇴 이후 가장 행복한 부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강 단장은 ‘동양인 최초 로잔 콩쿠르 우승’ ‘동양인 최초·최연소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입단’ ‘현역 최고령 발레리나’라는 세 수식어가 사실과 다르다는 국민일보 단독 보도(10월 26일자)에 대해서도 “나는 동양인 최초가 아니다. ‘최고’나 ‘최초’ 같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나 스스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면서 “아마도 처음에 누군가 잘못된 정보를 쓴 후 계속 반복되어 쓰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쓰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리드 앤더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단장은 “요즘 유럽 유수의 발레단에 가면 뛰어난 한국 무용수를 많이 만나게 된다. 강 단장이 바로 지금의 한국 무용수들이 나올 수 있도록 길을 닦은 선구자임에 틀림없다”고 극찬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발레리나로서 마지막 한국무대 오릅니다”… 내년 은퇴 앞두고 국내 공연
입력 2015-11-04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