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미국이 3일(현지시간) 시리아 영공에서 양국 전투기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훈련을 실시했다. “합동 훈련”이라는 러시아의 발표가 있자마자 미국은 곧바로 “시험 교신”이라며 일축, 시리아 내전 해법을 놓고 한쪽이 ‘다가서면’ 다른 한쪽이 ‘선을 긋는’ 미묘한 긴장구도가 계속되는 분위기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장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대장은 “양국 공군 조종사들과 지상관제 병력 등이 이날 오전 합동훈련을 실시했으며 이는 지난달 양국이 체결한 항공안전 양해각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특히 전날 처음으로 시리아 반군의 좌표 지원을 받아 ‘이슬람국가(IS)’ 목표물 24개를 공습했다고 설명했다. 진영을 넘어선 전방위적 IS 토벌전의 중심에 러시아가 있다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과시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 NBC 등 주요 언론은 미 국방부가 이날 교신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단순한 시험 교신으로 평가절하했다고 전했다. 제프 데이비스 대변인은 “3분간 양국 전투기가 계획된 교신을 실시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한 테스트일 뿐”이라며 러시아 언론보도를 부인했다.
최근 양국은 시리아 사태를 놓고 협력 대신 민감한 신경전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중동 전략 전반이 위기에 봉착해 더 다급한 형편인 미국이 오히려 러시아의 러브콜을 외면하는 모양새가 계속 연출됐다. 이는 중동과 동유럽의 분쟁지역 내 입김 강화로 국제사회에서 위축된 러시아의 영향력을 제고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의욕적인 드라이브에 말려들지 않기 위한 버락 오바마 정부의 ‘몸 사리기’로 해석된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방송에서 알아사드 정권 유지가 러시아 정부에 중대한 문제냐는 질문에 “결코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유보적인 입장 변화로 “러시아의 목표는 IS가 아니라 알아사드 지키기”라는 미국의 비난을 피하면서, 서방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반군과의 협상 등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자국 내에서, 특히 공화당 대선 주자들로부터 “대통령이 적의 눈에 나약해 보이는 지경이 됐다”는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분위기를 탄 러시아의 장단에 마냥 춤출 수 없는 노릇이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일 민주당 행사에서 “모든 공화당 주자들이 ‘오바마가 약하다. 푸틴이 오바마에게 모욕을 주고 있다’고 말하지만 TV 토론 진행자들조차 다루지 못하는 공화당 주자들에게 중국이나 러시아가 겁먹진 않을 것”이라는 노골적인 조롱으로 이 문제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은 같은 날 국방 관련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의 적국 또는 잠재적 경쟁자인 이란, 중국, 북한, 러시아와 IS가 연계되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상정했다. 이른바 ‘4+1’에서 ‘4’에 속하는 주적 러시아를 ‘1’에 불과한 눈앞의 IS보다 여전히 더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모양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이슈분석] 러 “합동훈련”-美 “시험교신”… 시리아 협력 온도차
입력 2015-11-04 21:16 수정 2015-11-04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