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집단대출이 3배나 늘었다. 은행이 자각해야 마땅하다. 나중에 더 큰 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4일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하는 부동산 분양시장의 과열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하지만 은행들이 분양 대출을 줄이기 시작하면 입주 포기자가 늘어나는 등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또 신용보증기금 등의 정책보증 체계도 대대적으로 개편, 오랜 기간 보증에 의존해온 한계기업의 보증을 줄여가기로 했다. 가계 빚과 기업 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해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주택 분양시장에서 집단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은행 스스로 위험 관리를 위해 분양 가능성 등 사업성을 면밀하게 평가해 대출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집단대출은 분양시장에서 새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에 시행사와 은행이 미리 계약을 맺어 이뤄진다. 분양을 받은 입주 예정자는 소득이나 신용에 상관없이 사전 약정대로 중도금과 잔금을 대출받기 때문에 정부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받지 않는다.
금융위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시장이 열기를 띠면서 올해 들어 9월까지 9조원이 넘는 금액이 집단대출 형태로 분양시장에 흘러갔다. 지난해 1년간 집단대출 금액이 3조1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었다. 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이주비 대출금 규모도 올해 1∼9월에 3조4000억원이었다. 지난해 1조6000억원의 2배가 넘는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의 집단대출 현황을 점검했고, 이달부터는 다른 시중은행과 일부 지방은행까지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은행들은 일부 중소건설사가 시공하는 아파트의 집단대출을 미루는 등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임 위원장은 아파트 분양 집단대출 점검은 새롭게 규제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앞으로 주택시장과 집단대출 동향을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등 관련 기관과 함께 모니터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대출 옥죄기로 공사중단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에 그는 “(집단대출이 급증하는) 이런 상황에 은행이 맥 놓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은행이 심사를 해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을 부작용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집단대출 동향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은행들이 부동산 리스크 관리 경험을 공유하고 체계적인 평가와 시행이 이뤄지도록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금융위는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등의 정책보증지원을 10년 이상 이용한 기업은 졸업시키고 창업 5년 이내의 기술력을 갖춘 신규 기업의 보증지원을 늘리는 ‘신보증체계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10년이 넘은 기업의 보증심사는 은행에 위탁, 부실위험도나 기술 평가에 따라 보증비율을 50∼85%로 차등하고 위험이 큰 기업은 은행이 보증을 축소하거나 기존 대출을 상환토록 할 방침이다. 대신 창업 5년 이내 기업의 보증지원을 17조6000억원으로 늘리고 연대보증도 폐지하기로 했다.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은 “정책보증이 도입된 지 40년 만에 기업 눈높이에서 보증체계를 전면 개편했다”며 “창업·성장 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강화로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집단대출, 은행이 리스크 관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분양시장 과열 경고
입력 2015-11-04 19:48 수정 2015-11-04 2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