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7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중국과 대만의 정상회담은 1949년 분단 이후 66년 만에 처음이다.
천이신 대만 총통실 대변인은 3일 밤 회동 사실을 공개하면서 “양 정상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회동은 양안 간 평화를 강화하고 현재의 양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협정이나 공동성명은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도 4일 장즈쥔 대만사무판공실 주임 명의의 성명에서 회담 개최 사실을 확인했다. 장 주임은 이번 회담을 ‘양안 지도자 신분 및 명의로 이뤄지는 회면(回面:회동)’이라고 설명했다. 우회적이긴 하지만 사실상 정상회담으로 규정한 것이다. 다만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시 주석과 마 총통의 직함을 생략한 채 ‘양안 지도자 시진핑과 마잉주’라고만 표현했다.
장 주임은 “두 지도자가 상대방을 ‘선생’으로 호칭하기로 했다”면서 “회동에 이어 만찬도 함께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5∼6일 베트남에 이어 6∼7일 토니 탄 싱가포르 대통령의 초청으로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다. 마 총통은 시 주석을 만나기 위해 7일 싱가포르로 향할 예정이다.
양안 간에는 2008년 후진타오 당시 공산당 총서기와 우보슝 당시 국민당 주석 간의 회담 등 국공 영수회담은 있었지만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총통 간의 회담은 없었다. 마 총통은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지만 중국이 거절해 성사되지 않았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이 훼손될 우려를 감수하고 대만과 정상회담에 나선 것은 내년 1월로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을 목표로 특히 경제를 통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대만 국민의 분위기는 분단 상황을 유지하고 중국과의 과도한 접근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현재 대만의 대선 판세는 반중(反中) 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국민당은 지난달 훙슈주 후보에서 주리룬 주석으로 대선 후보를 교체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8년 만의 정권 교체를 막기에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중국은 첫 정상회담을 통해 ‘국민당 집권이 유지되는 동안에만 양안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대만 국민당은 양안 관계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하는 효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과거 대만 선거에 개입하려다 역풍을 맞은 경험도 있다. 중국은 1996년 대만 독립 노선을 주창하며 첫 민선 총통 선거에 출마한 리덩후이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대만 앞바다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지만 리덩후이는 오히려 압도적 지지율로 총통에 당선됐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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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반대”… 대만 반중행진
입력 2015-11-04 21:07 수정 2015-11-04 2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