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들은 말똥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는다고 한다. 하지만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유년시절이야말로 웃을 일이 천지였던 세상이다. ‘똥’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웃음 폭탄이 터진 듯 그냥 웃어젖혔으니.
어른의 세상에는 점점 웃을 일이 줄어든다. 허둥지둥 출근하고, 상사한테 깨지고, 거래처 사람과 신경전을 벌이고…. 그렇게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스트레스를 날려줄 웃음 한방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런 날이라면 퇴근 후 아이와 함께 이 책이 어떨까. 아동용이지만 웃음 치료가 필요한 어른에게도 그만인 그림책이다. 흔한 소재인 방귀 냄새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제법 깊이도 있다.
“누구나 웃어./ 동물도 웃고, 사람도 웃어./ 하지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눈물을 찔끔거리며/ 큰 소리로 웃는 건/ 사람뿐이야.”
이처럼 웃음을 놓고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설명할 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면서 점점 웃음을 잃게 되는 이유, 사회적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짓 웃음을 웃어야 하는 상황까지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한다.
예뻐지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다면 웃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그래도 웃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우리 마음 속 일곱 마리 괴물 때문이다. 짜증괴물, 불안괴물, 후회괴물, 미움괴물, 귀찮아괴물…. 이런 괴물이 마음속에서 얼굴을 내밀 때마다 그림책에서처럼 웃음의 뿅망치로 뿅! 뿅 !뿅! 때려 모두 날려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웃음이 안나온다면 마지막 수단이 있다. 간질간질, 간질여주는 것이다. ‘우 하하하, 그만해’ 할 때까지. 한 땀 한 땀 수놓은 헝겊 인형으로 만든 그림책에서 웃음을 선사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어린이 책-웃음은 힘이 세다] 절대 못 감추는 3가지… 사랑, 방귀 그리고 웃음
입력 2015-11-05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