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 얘기하듯 말하는 퇴임 앞둔 검찰 수장

입력 2015-11-04 18:21
김진태 검찰총장이 다음 달 1일 퇴임에 앞서 마지막 확대간부회의에서 한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회의에서 “총장으로서 마지막 발언”이라며 “기업 전체를 마치 의사가 종합진단을 하듯이 수사하면 표적수사라는 비난을 초래하게 되고 수사의 공익적 목적에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또 “사건관계인을 우주보다 더 무거운 인간으로 대하며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수사가 상대방에게는 얼마나 큰 부담과 고통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의 포스코 수사가 8개월을 끄는 등 일부 기업 및 방산비리 수사가 무리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 심사를 드러낸 것이다. 또 그의 임기 중 수사 과정에서 38명의 사건 관계인이 자살하는 등 인권보호에 소홀했던 실태를 질책한 것 같다.

일견 퇴임 소회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이란 전제가 붙은 ‘오불관언(吾不關焉)’식 토로다. 본인이 취임할 때 다짐했던 ‘환부만 도려내고 사람을 살리는 외과수술식 수사’가 먹히지 않은 데 대한 자책으로 보기엔 지나치게 관전자적 입장이다. 검찰권 행사는 총장을 정점으로 엄격한 상명하복에 의해 작동되는 것임을 누구나 안다. 자신의 권한 아래 행해진 수사에 대해 뒤늦게 “아쉽다”며 책임전가식 탄식만 늘어놓고 있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 총장의 말을 종합하면 두 가지 중 하나로 해석된다. 본인은 정의롭고 당당한데 어쩔 수 없는 외압에 의해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른바 ‘TK(대구·경북)’ 실세인 서울중앙지검장이 총장의 복무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느 쪽도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김 총장의 발언을 둘러싸고 후배 검사들 사이에서 다소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검찰이 별건, 저인망, 강압 수사를 했다고 자인한 것과 마찬가지란 비판이다. 고위 공직자일수록 떠날 때는 오히려 본인의 모자람을 탓하는 것이 미덕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처신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되새길 만한 내용은 없는지 후배 검사들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필요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