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열심히 해 육상 국가대표 선수의 꿈을 이루고 싶어요. 그러면 어릴 때 헤어진 엄마가 나를 알아보고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잖아요.”
경기도 양평군 양동고 1학년인 서진우(19)군은 지적장애인(2급)이다. 동급생보다 나이가 많지만 지적 능력은 10살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숫자 계산과 기억력이 떨어져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만 진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게 있다. 바로 달리기다.
지난 3일 양평 훈련장에서 만난 진우는 “달리는 것이 즐겁다. 달리다 보면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용기가 생긴다”며 “상을 받을 때마다 선생님과 사람들이 칭찬하고 좋아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진우가 본격적으로 육상을 시작한 건 중학교 2학년 때다. 2013년 봄 달리기에 유별나게 관심을 보이는 진우를 유심히 살펴본 당시 선생님의 권유로 육상선수가 됐다. 전문코치의 지도를 받으면서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올해는 전국장애인육상대회에 출전해 당당히 3위에 입상했다.
진우는 가족이 없다. 어려서 부모가 이혼했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어린이보호시설에 맡겨졌다. 2010년에는 중증장애인 요양시설인 양평평화의집에 입소해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진우는 2∼3년 전만 해도 어릴 때 앓은 자폐증에다 성격도 내성적이어서 말이 아예 없었다. 그러나 달리기를 하면서 서서히 변해갔고 요즘에는 친한 사람들과 농담도 하고 놀러가기까지 할 정도로 달라졌다.
진우의 주 종목은 800m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양평군이 운영하는 훈련장에 나와 연습에 열중한다. 육상 코치는 진우가 체격도 좋고 재능도 있어 제대로 훈련만 받으면 경쟁력 있는 육상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올해는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서 강습비를 지원받아 훈련할 수 있지만 지원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운동용품과 대회 출전비, 간식비 등을 마련하는 게 우선 급하다.
진우는 “육상을 잘해 실업팀에 들어가고 싶고 나중에 육상 코치가 돼 나 같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지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양평=글·사진 강희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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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으로 여는 행복] “육상코치 돼 같은 장애 가진 아이 돕고 싶어요”
입력 2015-11-04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