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이 좋은 감독이에요. 선수들이 이 정도로 잘해줄지 몰랐습니다. 내년에도 팬들을 위한 야구, 두산 베어스의 야구를 해 우승컵을 차지할 겁니다.”
201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가을의 기적’을 일군 두산 김태형 감독은 우승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김 감독은 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에 대해 “선수들이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두산의 야구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김 감독의 ‘뚝심’이 없었다면 우승이 힘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 우승을 일궜다. 김 감독은 “경기장에선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기본을 벗어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이라며 “선수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켜준다면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말한 규칙은 경기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개인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올 시즌 처음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사실 4강 진출이 1차 목표였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막판 상위권 싸움을 하면서 우승에 대한 동기 부여가 생겼다고 했다. 처음 한국시리즈 우승을 예감했을 때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었다고 한다. 당시 두산은 2-9로 끌려갔다가 11대 9로 대역전극을 펼쳤다. 김 감독은 “넥센을 이기고 우승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며 “우리에게 기회가 오는 것 같았다. 선수들도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정작 한국시리즈 5차전 막판까지 우승을 실감하지는 못했단다. 김 감독은 “정수빈이 (9-2로 앞선 7회말) 스리런 홈런을 때렸을 때 비로소 지금 내가 한국시리즈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제야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의 내년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이에 김현수를 비롯해 오재원, 고영민 등 팀 내 자유계약선수(FA)는 모두 잡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팀 내 FA 선수는 다 잡는 게 좋다”며 “구단에 선수들이 고향 팀에서 다시 뛰게끔 하자고 부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포스트시즌에서 완벽한 에이스 역할을 했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도 꼭 잡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부상을 당해 (시즌 중 교체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보여준 능력과 정신적인 부분을 보니 역시 두산에 가장 어울리는 외국인 선수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다만 외부 FA 영입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불펜은 욕심이 생기지만 FA 자격을 취득하는 투수 중 그 보직에 적당한 선수들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두산 투수들을 육성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감독은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젊은 투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면서 “김강률, 함덕주 등은 두산의 미래다. 이들을 믿고 계속 야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인터뷰-한국시리즈 우승 일군 두산 김태형 감독] “난 운 좋은 감독… 선수들 이 정도 해줄 지 몰랐다”
입력 2015-11-04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