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지역 혁신센터의 협업·융합… ‘대박벤처’ 꿈이 현실로

입력 2015-11-05 20:29 수정 2015-11-05 20:33
최태원 회장(가운데)이 9월 17일 서울 상암동 문화창조융합센터를 방문해 강명신 센터장(왼쪽)과 함께 내부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SK그룹 제공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지난 4월 13일 조홍근 센터장이 경남 등 5개 센터에서 추천한 창의상품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김종호 삼성전자 사장과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박진우 민관합동 스마트공장추진단장(왼쪽부터)이 지난 8월 3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업부-삼성전자 스마트 공장 보급·확산 협력 업무협약식'에서 협약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와이파이 액션 카메라를 생산하는 ‘더에스’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 이후 연매출 1억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 대전센터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업을 통해 ‘롯데OneTV’ 쇼핑몰 입점이 확정되면서 안정적 매출과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에스는 사업규모가 성장하면서 차세대 제품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대전센터에 입주한 2기 벤처기업인 ‘스탠다드에너지’는 차세대 2차전지 개발을 위해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탄소섬유 기술을 접목시키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 제품은 다른 2차전지에 비해 수명이 길고 설치가 간편하며 비용도 저렴한 장점이 있다. 여기에 탄소섬유 기술을 더하면 무게가 더 가벼워지고 전도율이 높아져 배터리 사용 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스탠다드에너지 김부기 대표는 5일 “대전센터와 전북센터, SK그룹과 서로 교류를 하면서 배터리 및 소재분야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지역 거점으로 전국에 설립한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이 상호협력과 기술융합을 통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 이후 전국 각 지역 ‘창업허브’로 혁신센터를 잇따라 출범시켜 지난 7월 22일 전국 혁신센터 개소작업을 마무리했다. 혁신센터 출범 후 1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지역센터에서는 서로 힘을 모아 대박벤처를 키워내기 위한 시도가 점차 활성화 되고 있다. 각 혁신센터 고유의 특성을 살리면서 모자라는 부분은 서로 협력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SK·롯데, 창조경제 혁신센터 간 협업 활발 추진=SK가 주도하는 대전센터는 전국 혁신센터와 지원기업을 연계하는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 상당한 성과를 얻고 있다. 이미 전북센터의 탄소섬유 기술을 대전센터에 입주한 스탠다드에너지 사업에 접목시켰고, 부산센터와 협업해 쇼핑몰 입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SK의 울산 석유화학 사업장 기술자들은 현대중공업이 지원하는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내 에너지 분야 벤처기업의 멘토가 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또 서울에 위치한 CJ문화창조융합센터의 콘텐츠·미디어 융합기술과 대전센터의 ICT(정보·통신·기술)를 연계시킨 한류 아이템을 공동으로 생산해 해외시장에 진출시키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롯데의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도 전국 혁신센터와 연계한 판로지원에 나서고 있다. 부산센터는 지난 3월 출범한 이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홈쇼핑, 롯데닷컴 등 유통 계열사를 중심으로 7개월여 만에 총 580여건의 판로 지원 상담을 진행했고, 실제 140여개 업체가 새로운 판로를 확보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롯데홈쇼핑과 연계해 롯데홈쇼핑 데이터방송채널인 롯데OneTV 창조경제특별관에 우수 상품을 유치하기 위해 경남·대구·대전·충북·전북 등 5개 센터에서 추천한 창의상품 제조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롯데OneTV 사업설명회 및 입점 상담’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경남센터가 추천한 ‘KB 코스메틱’ ‘에이치케이바이오텍’ ‘아미코젠’, 대구센터가 추천한 ‘수하우스’ ‘이대공’ ‘에그핀’, 대전센터가 추천한 ‘더에스’, 충북센터가 추천한 ‘충북인삼농협’, 전북센터가 추천한 ‘맑은샘 자연교육 농원’ 등 우수 업체들의 입점이 확정돼 현재 홍보영상 제작과 심의 준비가 진행 중이다. 조홍근 부산센터장은 “판로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창조기업이 향후 오롯이 자생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부산센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한 만큼 전국 혁신센터와 협력해 판로 지원 혜택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혁신센터와 외부기관 협력도 활발=창조경제혁신센터가 외부기관과 협력해 사업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한화가 지원하는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전국 5개 혁신센터는 지난달 13∼15일 코트라와 연계해 ‘온라인 1:1 수출 상담회’를 열었다. 혁신센터에서는 유망상품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기업을 추천하고, 코트라는 전 세계 83개국 123개 해외 무역관에서 바이어 발굴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한화는 “수출경험이 거의 없는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이번 협업이 기획됐다”며 “앞으로도 혁신센터 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부산센터와 공동으로 부산지역 유통, 영화·영상, 사물인터넷(IoT) 분야 창업자를 육성하기로 하고 지난달 29일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다. 전경련 경영자문단은 부산센터 입주 유통, 영화·영상, 사물인터넷(IoT) 관련 창업자들에게 비즈니스 멘토링과 교육, 아이디어 사업화 지원 서비스 등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이 혁신사례 전파 앞장서기도=기업이 전국 혁신센터에 특정 우수사례를 전파하고 벤치마킹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제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창조경제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스마트공장의 전국 확산에 본격 나섰다.

삼성전자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중소·중견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제조 자동화, 공정 시뮬레이션, 초정밀 금형, 공장운영 시스템 등 4대 분야에 대한 스마트공장 확산 사업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7년까지 경북 400개 업체를 포함해 전국 1000개 기업으로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종호 삼성전자 창조경제지원센터장은 “제조기술은 삼성의 핵심 경쟁력 중의 하나”라며 “노하우를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전파해 국내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