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프 마파엘(60) 주한 독일대사는 “독일의 역사 교과서는 2차 세계대전과 나치(Nazi)에 대해 매우 큰 비중을 두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통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며 ‘역사는 놀랄 만한 긍정적 일도 만들어낸다’는 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의 ‘독일 시리즈2’가 시작된지 한 달이 돼가는 지난달 30일 서울스퀘어 8층 집무실로 그를 찾았다.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이 지난달 11∼14일 국빈 방한했다. 성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정치 경제 학술 분야에서의 탁월한 양국의 관계 진전을 치하했다. 양국은 2차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가장 짧은 기간에 산업화를 이뤄냈고 민주화를 성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통독 25주년, 한국 분단 70주년을 맞아 상호연대를 과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통일 노력을 포기하지 말라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줬다는 의미도 있었다. 가우크 대통령은 또 국회 연설에서 북한 주민도 평화와 자유 속에 살 권리가 있다고 격려했다. 공동학술대회와 경제 관련 행사에도 참석해 두 분야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당시 도라산역에 베를린 장벽과 우편열차 1량을 기증해 전시했는데.
“전시회 준비과정에서 코레일과 긴밀하게 접촉했다. 기차는 분단 시절 서독에서 베를린을 오가던 것이다. 베를린 장벽도 독일에서 직접 구해왔다. 독일 기관들이 애썼고 헬름슈테트에 개인적으로 친분 있는 이들이 많았다. 제안은 코레일이 먼저 했다. 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한 분이다.”
-2년 전 독일의 통일과정과 강한 경제, 사회적 통합 노력 등을 다뤘던 독일 시리즈의 시즌2를 최근 시작했다. 독일 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국민일보가 독일에 대해 자세히 보도한 것을 환영한다. 특히 한국인들이 독일의 정치 사회 등 여러 측면을 세세히 알게 됐다. 한·독 관계에 중요한 기여라고 생각한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한국이 가장 우선적으로 참고해야 할 것이 있다면.
“주변의 신뢰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외교정책을 통해 통일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독일의 통일 노력, 동방정책(Ostpolitik), 유럽의 신뢰회복 정책 등이 외교노력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은 독일과 분단 상황도 다르고 동족상잔을 겪었다. 이런 차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70년의 분단과 내전은 분명히 독일과 다른 점이다. 그래서 더 어렵다. 하지만 한국은 한 민족 한 국가로 수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70년은 짧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독일 국민들도 통일이 이렇게 빨리 될 줄 몰랐다. ‘역사는 놀랄 만한 긍정적 일도 만들어낸다’는 가우크 대통령의 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동독 내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 내적 통합을 이뤄냈나.
“화해와 내적 통일은 진정한 통일의 완성을 위해 아직 진행 중인 과제다. 독일은 통일 후 화해와 내적 통일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취했다. 첫째, 동독 독재의 희생자들을 위해 기념비와 박물관을 만들었다. 슈타지(동독 비밀경찰)의 감옥이 있던 곳에 만든 박물관이 한 예다. 둘째, 슈타지 문서 보존관리기관을 만들어 그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감시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당사자들과 서독인들에게 공개했다. 화해의 출발점이다. 셋째는 법적 청산 문제였다. 동독인에 판결을 내릴 때 서독의 법을 적용하지 않고 당시 동독법에 따랐다. 결과적으로 동독 고위간부와 형사범 750명만 처벌을 받았다. 이 중 구금된 자는 40명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처벌이 아니라 피해자-가해자의 화해를 최우선으로 한 것이다. 진정한 화해는 당사자끼리 화해다.”
-독일은 북한과 수교국인데 북한의 핵무장 움직임에 대한 입장은.
“독일은 국제사회, 유엔과 보조를 맞춰 즉각적인 핵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적극적인 인권 개선노력을 북한에 촉구 중이다. 독일은 북한과 ‘비판적 대화’를 하고 있다. 핵과 인권 문제 해결을 관계개선의 중요한 전제로 삼고 있다. 최근 독일 하원의원 7명이 북한을 방문해 노동당 중앙위 고위 관계자와 외무성 관리를 만나 신뢰구축에 협력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일본 주재 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했는데, 최근 일본의 평화헌법 재해석 움직임이나 독일과 많이 다른 과거사 정리 방식에 대한 견해는.
“없다. 일본 주재 독일 대사가 답변할 사안이다.”
-더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웃음).
-독일에서는 현대사를 어떻게 가르치나.
“고교 과정에서 1차대전, 2차대전, 나치 정권 등에 대해 매우 큰 비중을 두고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비판적 시각에서 나치 독재의 등장 배경 등을 개방적 태도로 다룬다. 유대인 관련 전쟁범죄도 상세히 가르친다. 반면 전후 역사와 동서독 정부수립은 짧게 다룬다. 이는 ‘정치’ 과목이 별도로 있기 때문이다. 역사 과목에서는 사실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가 중요하다. 고교 역사 교사들은 사진들을 많이 보여주며 다양한 방식으로, 비판적 태도로 교육한다. 역사 과목의 목적은 근현대사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숙한 시민’으로 육성하는 데 두고 있다.”
-독일의 엔지니어 교육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중요한 것은 기술 교육을 하면서 수학이나 물리학 같은 기초과학 교육을 많이 시킨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대학생들을 기업에 인턴으로 내보내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 세 번째로 엔지니어 교육의 초점을 새로운 문제 해결책을 찾는 데 두고 있다. 수업의 절반가량은 기존의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적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에 관해 배운다. 힘들지만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네 번째로 교수들도 한동안 기업현장에 나갔다가 되돌아오도록 함으로써 기업들의 실제 문제를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난민 정책으로 메르켈 총리가 곤경에 빠진 듯하다. 독일 정부의 기본원칙과 해결방향은.
“난민 문제는 통일 이후 가장 큰 문제이며 오히려 통일보다 더 큰 난제라 보기도 한다. 독일의 난민 포용 의지는 매우 크다. 다만 독일 혼자서는 어렵고 유럽연합(EU)이 같이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또 난민 발생 자체를 줄이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의구 부국장 egkim@kmib.co.kr
[데스크 직격 인터뷰-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 “獨 역사교육은 비판적 관점… 남북은 분단 극복할 것”
입력 2015-11-05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