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삶의 개혁으로

입력 2015-11-04 18:23

사람들은 ‘종교개혁’ 하면 루터나 칼뱅을 먼저 떠올립니다. 특히 1517년 마르틴 루터가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대학의 벽에 부착한 날을 생각합니다. 실은 그보다 100년 앞서서 종교개혁을 시도했던 인물이 바로 얀 후스입니다. 올해는 얀 후스의 순교 6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얼마 전 체코 프라하의 시가지를 방문하니 광장 한복판에 얀 후스의 동상도 세워져 있고 여기저기서 60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들이 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체코 민족운동의 지도자이기도 했던 얀 후스는 종교와 상관없이 체코 사람들에게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었습니다.

600년 전 얀 후스는 라틴어가 아닌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체코어(자국어)로 설교했습니다. 교회의 면죄부 판매의 부당함을 역설했고 일반 성도들이 성찬에 참여토록 했습니다. 요즘에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이것들 때문에 그는 화형에 처해졌습니다.

교황은 그가 죽으면 그를 추종하던 이들이 모두 도망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추종자들이 그의 신앙을 계승해 나갔습니다. 그들은 프라하에서 약 80㎞ 떨어진 타보르라는 작은 도시로 숨어들어 지하에 땅을 파고 숨어 신앙을 지켜나갔습니다. 그러다 가톨릭과 전쟁이 일어났고, 결국 가톨릭의 승리로 1628년 이들 중 대부분이 죽음을 맞았습니다. 생존자들은 독일 드레스덴으로 도망갑니다.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인해 독일에서는 신앙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드레스덴에서 진젠도르프 백작을 만납니다. 진젠도르프는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깨닫고 이들에게 정착지를 내어줍니다.

얀 후스의 추종자들이 추구한 경건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경건은 말씀을 중심으로 기도에 힘쓰며 약한 자를 섬기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경건입니다.

레위기에 보면 ‘거룩하라’는 명령이 자주 나옵니다. 신약에서 야고보는 거룩을 경건이란 단어로 말하고 있습니다. 야고보서 1장 27절에는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고 나와 있습니다. 결국 구약의 거룩과 신약의 경건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며 사회적 약자를 섬기는 것으로 같은 의미입니다. 이는 교회 밖에서도 발견해야 할 우리의 모습입니다.

종교개혁자들이 순교하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신앙과 그들이 추구했던 거룩, 경건의 삶이 오늘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얀 후스의 동상을 보면 그의 손에는 성경이 들려 있습니다. 그가 불에 타 죽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우리는 신앙의 개혁을 외쳐야 합니다. 개혁은 ‘개혁된’ 채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개혁되어야 합니다. 개혁을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을 개혁하며 함께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