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 태풍이 국회를 멈춰세웠다. 새누리당은 당장 시급한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 총선 이슈 등으로 야당을 압박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정기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며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야당 내에서도 장외투쟁만 강행할 경우 자칫 여당의 ‘민생 외면’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공전 및 파행 사태가 장기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새정치연합은 3일 정부의 국정화 고시 강행에 반발하며 본회의와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국정화 확정 철회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퇴, 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하는 규탄문도 발표했다. 국회 본청 로텐더홀 농성은 이틀째 이어갔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에 이어 밤늦게 의원총회를 소집해 국정화 저지를 위한 원내외 병행투쟁 의지를 다졌다. 확정고시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 교과서 집필 거부와 대안 교과서 제작 등 불복종운동도 준비 중이다. 4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예결특위는 물론 5일 예정된 본회의에도 불참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지도부는 국회 파행의 불가피성을 호소하는 데 주력했다. 문재인 대표는 “정부는 역사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압도적 국민 여론을 짓밟았다”며 “압도적 다수의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불법 행정을 강행하는 게 바로 독재”라고 성토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를 중단하고 국회를 피하는 게 우선 국민에게 큰 불편을 드리는 것이라 생각해도 이번에는 용서해주시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대응을 ‘민생을 외면하는 정쟁’으로 규정했다. ‘민생 우선’을 강조하며 야당의 국회 의사일정 복귀를 촉구하는 전략으로 맞서겠다는 포석이다.
김무성 대표는 “교과서 문제를 갖고 우리 국민이 민생고에서 고통받는 현실을 외면하고 정쟁으로 몰고 가는 건 정말 옳지 못하다”며 “국회가 파행하는 건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바쁘고 중차대한 시기에 야당이 역사 교과서 문제로 합의했던 본회의조차 무산시키고 농성에 돌입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역사 교과서 문제는 국사편찬위와 역사학자, 전문가에게 맡기고 국회는 법안과 예산 처리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강력히 야당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새누리당은 당정청 정책조정협의, 중소기업 관계자 간담회, 사회적 기업거래소 설립을 위한 나눔경제특위, 안전 관련 종합점검회의 등을 열며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야당 압박을 위해 전통상업보존구역 유효기간 연장안을 담은 유통산업발전기본법 등 시한을 넘길 경우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법안의 조속한 처리도 적극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경제민주화특별위’ 설치 등 야당이 원하는 현안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겠다며 ‘당근’도 제시했다.
새누리당은 특히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야당도 지역구 예산 챙기기와 선거구 획정 문제를 마냥 내버려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국회가 정상 가동만 되면 ‘공천 룰’이나 선거구 획정 등 총선 관련 후속 이슈가 주요 현안으로 떠올라 국정화 관심도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당장 정치개혁특별위 활동 시한(15일)도 연장해야 한다. 야당 내부에서도 장기 농성이나 전면 장외투쟁에 대해선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웅빈 임성수 고승혁 기자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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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03 2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