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명품 가방 등 5개 품목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3개월여 만에 취소하기로 했다. 소비 진작을 위해 개별소비세를 내렸음에도 명품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고 버텼기 때문이다. 정부가 명품 업체들의 가격 결정 방식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성급하게 세금인하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가방, 시계, 사진기, 융단에 대한 개소세 과세 기준가격을 5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다시 내린다고 3일 밝혔다. 가구의 경우에는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내린다. 개소세는 사치품목 등에 부과되는 간접세로 일종의 ‘사치세’다. 수입신고가격이 600만원인 명품 가방의 경우 과세 기준가격이 500만원 때는 초과분 100만원의 20%인 20만원의 개소세가 부과되지만 과세 기준가격이 200만원으로 내리면 80만원이 부과된다. 개소세 인상 조치는 입법예고 등 절차를 거쳐 이달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8월 27일 가방 등 5개 품목과 보석·귀금속, 모피 등 2개 품목의 개소세 과세 기준가격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가구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정부는 세 부담 감소로 제품 가격이 최대 60만원 내릴 경우 소비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보석·귀금속, 모피의 가격은 내려갔지만 다른 품목은 요지부동이었다. 임재현 기재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정부가 가져가야 할 세금이 제조업체나 수입업체에 머무르면 안 된다고 생각해 개소세 부과 기준가격 원상복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성급하게 개소세 인하를 결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명품 업체들은 최근 기재부와 가진 간담회에서 “제품 가격은 해외 본사의 정책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가격 인하가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개소세 인하가 명품 가방 등의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또 보석·귀금속과 모피 판매 업체들만 가격 인하를 전제로 개소세 인하를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품 가방 업체 등은 가격을 인하할 생각이 없어 개소세를 내려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나서서 혜택을 줬던 것이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앞 못보는 ‘깜깜이 정책’] 명품백 등 5개 품목 소비세 인하 없던 일로
입력 2015-11-03 23:02 수정 2015-11-04 0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