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총리 “검정제도 실패… 발행제도 개선 불가피” ‘국정화’ 속도전… 최몽룡 등 대표 집필

입력 2015-11-03 23:51 수정 2015-11-03 23:57
황교안 국무총리가 3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 뒤 입을 꽉 다문 채 걸어나가고 있다. 황 총리의 대국민 담화 직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발표했다. 총리 옆으로는 그가 담화를 ‘프레젠테이션’ 식으로 발표할 때 스크린에 걸렸던 ‘역사교육 정상화는 우리 세대의 사명입니다’라는 자료 글씨가 보인다. 이병주 기자

정부가 3일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강행하면서 정국이 급경색되고 있다.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책임자’를 교육부 수장에서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로 격을 높여 총력전에 착수했고, 야당은 이에 강력 반발하며 정기국회가 ‘올 스톱’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4일 국정 교과서 집필진 명단을 전격 발표키로 하는 등 강공에 나서면서 사회적 논란도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전망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부의 역사 교과서 확정고시 발표에 앞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현행 검정발행 제도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황 총리는 “더 이상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 교과서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다”며 “발행 제도를 개선해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교과서의 문제 부분을 일일이 지적하며 국정화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또 교사용 지도서와 문제집의 편향된 기술(記述)을 예로 들고 “이를 만든 사람도 모두 현행 교과서를 집필한 그 사람들”이라며 소수의 ‘집필독점’을 문제 삼았다. 정부의 수정 권고·명령에는 집필진이 소송을 남발하는 바람에 검정 제도가 제 기능을 못했다고도 했다.

이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나서서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 확정고시 사실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중학교 역사 및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 교과서로 바뀐다. 촉박한 제작 기간 탓에 집필 후 심의가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동시에 집필·심의가 이뤄진다. 집필 책임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가 집필진을, 교육부가 ‘중등역사 교과용 도서 편찬심의회’ 인사를 구성한다. 집필진은 최대 40명, 편찬심의회는 20여명 규모로 알려졌다.

국사편찬위원회는 4일 집필진 명단을 발표하되 인신공격을 의식해 집필진 일부만 공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자리에 배석할 대표 집필자로는 고고학자인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 성향의 원로 사학자인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도 참여 제안을 받았다. 신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4일 국편 기자회견에 참석해 달라는 제의를 받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비선’ 논란을 빚었던 역사교육지원팀 태스크포스(TF)는 ‘역사교육추진단’이란 공식 조직으로 출범한다.

야당은 국회 본회의는 물론 부처별 예산심사,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모든 의사일정을 보이콧하며 항의 농성을 이어갔다. 정부·여당은 고위 당정청회의를 열고 “역사 교과서에 대한 정치권의 불간섭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야당을 비난했다.

강준구 김판 심희정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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