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A마케팅 회사에 들어간 한아름(가명·32·여)씨는 인턴으로 일하면서 월급 150만원에 정부지원금 60만원을 더해 210만원을 받았다. 한씨는 6개월 후 꿈에 그리던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월급이 오르기는커녕 거꾸로 60만원이 줄었다. 한씨는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재취업에 부담을 느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니고 있다.
홍길동(가명·26)씨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B광고·PR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120만원을 받다가 정규직 전환 후 월급이 30만원 올랐다. 그러나 홍씨는 야근도 잦은 데다 월급으로 150만원을 받고는 더 이상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정규직 전환 2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도(청년인턴제)는 정부가 2009년 중소기업 고용난과 청년취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중소기업이 청년인턴을 채용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식이다. 지난해까지 정부는 근로계약상 약정 임금의 50%(인턴 1인당 월 80만원 한도)를 지급했으며, 올해부터 인턴 1인당 지원금을 60만원으로 바꿨다. 매년 평균 3만명이 그 대상이며 10명 중 6명꼴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더라도 임금은 인턴 때와 비슷하고 별로 오르지 않는다. 정부 보조금이 사라졌지만 회사 측이 이를 상쇄시킬 만큼 임금을 올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보조금만큼 깎이는 경우도 적지 않아 청년인턴을 통한 취업자들을 우롱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13∼2014년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턴 근무 중 150만∼199만원을 받은 근로자가 53.1%로 가장 많았다.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비중은 55.4%를 차지했다. 평균 임금은 170여만원에 불과했다. 200만원 이상으로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인턴(13.2%)보다 정규직이 21.8%로 8.6% 포인트 늘어날 뿐이었다. 1.4%는 정규직이 돼도 120만원 미만의 낮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정부는 올해부터 인턴 때부터 근로계약서 약정 임금을 128만원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기업의 편의에 맞게 인턴 기간을 연장하려는 편법 행위도 있었다. 최종학력이 석사인 김연지(가명·26·여)씨는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한 중소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김씨의 인턴 기간이 끝나갈 때쯤 회사는 큰 프로젝트를 2∼3개 맡게 되자 정규직 전환은 해주지 않은 채 인턴 기간을 1개월 연장했다. 청년인턴제 참여 기업은 인턴 기간 종료와 함께 회사가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고 통보하도록 돼 있으며, 인턴 기간을 임의대로 연장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도 인턴에서 정규직이 될 때 임금 수준이 더 향상돼야 한다는 사실엔 공감하고 있지만 재정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아 쉽지 않은 것 같다”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忍턴’… 청년 인턴, 정규직 됐는데 월급은 그대로?
입력 2015-11-03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