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에서 정치깡패로 변신한 배우 이병헌 “사투리 연기, 영어보다 어렵네요”

입력 2015-11-03 19:36 수정 2015-11-04 00:23
영화 ‘내부자들’에서 정치깡패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한 배우 이병헌이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골목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호호호비치 제공

변신이란 이런 것이다. 배우 이병헌(45)이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정치·재벌·언론 등 권력층의 비리를 다룬 영화 ‘내부자들’에서 정치깡패 안상구로 탈바꿈했다. 지금까지 그가 맡았던 배역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연기변신을 통해 그동안 자신을 옥죄고 있었던 불미스러운 스캔들을 떨쳐버리고 싶었던 것일까.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다소 여윈 모습의 그는 전날 열린 시사회 소감부터 들려줬다. “4시간30분짜리 편집본을 두고 사건 위주로 가느냐, 캐릭터 위주로 가느냐를 놓고 우민호 감독을 비롯해 모두 고심이 많았어요. 사건 위주로 구성된 2시간10분짜리 완성본을 보니 잘려 나간 장면이 있어 아쉽지만 웃음도 나오고 긴장감도 들고 반응이 좋아 다행이에요.”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내부자들’은 정치자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악한 사건을 강한 톤으로 보여준다. 중심에는 정치깡패 안상구가 있다. 이병헌은 “그동안 숱하게 영화에 출연했지만 사회성 짙은 작품은 처음”이라며 “안상구가 무식하고 나쁜 일도 많이 저질렀지만 의리를 지키는 인간적인 면도 있어 양면의 감정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영화에서 그는 20대부터 40대까지 20년 세월을 연기한다. 다양한 이미지를 지닌 이병헌이기에 가능했다. “안상구가 패션에 관심이 많아 녹색 양복을 입고 헤어스타일도 자유롭게 하잖아요. 미국 배우 존 웨인을 좋아하는 영화광이기도 하고요. 잘나가다가 배신당하고 복수를 위해 이를 갈 때는 처절할 정도였어요. 제 나름대로 만들어낸 인물이어서 애정이 가요.”

그는 이번에 전라도 사투리를 쓴다. “사투리로 연기한 것도 난생 처음이에요. 시나리오 상으로는 서울말을 쓰는 거였는데 제가 감독에게 제안했어요. 시골에서 올라와 자리를 잡은 촌놈인데 사투리를 써야 제격이 아니겠느냐고요. 전라도 출신의 연극배우에게서 사투리를 배웠어요. 영어 대사보다는 쉬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요? 장난 아니더라고요.”

오른쪽 팔이 잘리고 의수를 한 채 펼쳐 보이는 액션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각본대로 치고받는 싸움이 아니라 생활밀착형 액션에서 저도 모르게 오른쪽 팔이 올라가려는 순간이 많았어요. 그래도 별로 티 나지 않고 그럴 듯하지 않았어요?” 그는 팔이 잘리는 장면에서 실제처럼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보는 이를 소름 돋게 했다.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영화에 그는 “관객들이 좀 쉬어가도록 웃기는 표정과 즉흥 애드리브를 이렇게 많이 하기는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할리우드 영화 ‘황야의 7인’을 촬영 중인 그는 ‘내부자들’ 홍보가 끝나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초대하는 파티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를 보면서 더 이상 스캔들로 발목이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