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곡, 추천받아야 하나?… 엠넷·지니 “폐지” 선언 속 점유율 최고 멜론선 “유지”

입력 2015-11-03 18:10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들은 실시간 차트 맨 위에 추천곡을 올려놓고 있다. 이 서비스가 음원 유통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에 엠넷닷컴과 지니가 올해 안에 추천곡 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그러나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은 제도 개선은 하되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엠넷닷컴, 지니, 멜론의 3일 오후 3시 기준 실시간 차트 순위(위부터 시계방향). 각 음원 사이트 홈페이지 캡처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 들어가면 첫 화면을 장식하는 게 ‘실시간 차트’다. 1시간 단위로 갱신되는 이 차트는 매시간 가장 많이 재생된 음원들의 순위를 보여준다. 많이 팔린 음악이 아니라 많이 선택된 음악의 순위 표다. 그런데 음원 차트 맨 위를 장식하는 것은 ‘1위 음원’이 아니라 ‘추천곡’이다.

음원 사이트의 추천곡 제도가 대중음악계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음악 기획사와 가수들을 중심으로 “추천곡 제도가 음원 차트를 왜곡한다”며 폐지 주장이 제기돼 왔다. 주요 음원 사이트인 엠넷닷컴에 이어 KT 지니도 올해 안에 추천곡 서비스를 없애겠다고 3일 발표했다.

대중음악계에서 추천곡에 민감한 데는 이유가 있다. 각 음원 사이트는 실시간 차트 맨 위에 3∼4곡 정도의 추천곡을 20∼25분 단위로 번갈아 노출시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음원 사이트를 이용하는 10∼20대의 40%, 30대 27.5%가 실시간 차트 중심으로 음악을 듣는다. 10∼30대 음원 소비자들을 추천곡들이 집중 공략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추천곡에 걸리면 음원 차트 상위권 진입이 쉬워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2년 연구용역을 보면 추천곡이 음원 차트 50위권에 드는 데 평균 0.5일이 걸렸다. 추천곡이 아닌 음원은 1주일이 지나면 차트 5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조사됐다.

음악 기획사 등은 추천곡에 걸리는 곡들이 해당 사이트가 유통하는 음원 위주로 선정된다며 일종의 ‘끼워 팔기’라고 비판해 왔다. 특히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은 추천곡의 57%가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유통하는 음원 위주라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멜론은 하지만 추천곡 제도를 개선하되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진규 대외협력실장은 “추천이라고 돼 있지만 큐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에게 어떤 콘텐츠가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알려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멜론은 내년부터 소비자 취향에 따라 장르별 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경희대 김민용 교수는 “추천곡은 사실상 ‘끼워 팔기’이고 소비자의 음악 선택에 영향을 미쳐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게 한다. 추천곡 선정 원칙과 기준을 공개하고 순위 차트에 허용하지 않는 등의 투명성 확보에 나서지 않으면 폐지하는 게 공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천곡 폐지가 공정성을 담보할 수는 없을 거라는 시각도 많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많이 팔린 음악이 아니라 많이 재생된 음악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한다. 추천곡이 없어져도 다른 방식으로 차트 교란이 가능한 구조다. 바른음원협동조합 신대철 이사장은 “실시간 차트를 없애는 게 음원 시장 왜곡과 사재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