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은 “재판다운 재판 못받았다”… ‘왕년의 주먹’ 초라한 법정 호소

입력 2015-11-03 22:10

“저는 생명이 걸린 문제입니다. 이번 재판만은 꼭….”

3일 오전 서울법원종합청사 422호 법정. 머리가 하얗게 샌 남성이 피고인석에서 재판부를 향해 하소연했다. “1심에서 재판다운 재판을 받지 못했다”며 “세상이 깜깜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한때 전국을 휘어잡던 폭력조직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65·사진)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임동규) 심리로 열린 항소심 두 번째 공판에서 조씨는 “1심 재판 당시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난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의 이름도, 얼굴도 몰랐다. 피해자를 상대로 법정에서 반대신문도 못했고 최후진술도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까지 구체적인 변론 요지와 주장을 정리해 달라”고 했다.

조씨는 2013년 필리핀 앙헬레스 지역에서 소모(59)씨에게 소음기를 단 권총을 머리에 겨누고 옷을 벗게 한 뒤 담뱃불로 신체 중요 부위를 지지는 등 3시간 동안 폭행한 혐의(폭처법 집단·흉기 등 상해)로 지난해 6월 기소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기리 판사는 지난 8월 조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날 공판은 지난 9월 22일로 예정됐다가 조씨의 요청으로 연기된 거였다. 그 사이 조씨는 이른바 ‘마이낑 대출사기’로 44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6개월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 재판에서 실형이 나오면 수감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그는 대법원 판결 이후 국선변호사를 해임한 뒤 법무법인 바른과 법무법인 민의 변호사 4명을 선임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17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