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베이성 탕산(唐山) 하면 1976년 7월 공식 통계로만 60만명 넘는 인명을 앗아간 대지진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사실 탕산은 철강의 도시다. 1943년 탕산에서 출범한 탕산강철은 20여개 기업을 거느린 허베이강철그룹의 핵심 기업이다. 연 5000만t의 생산 능력을 가진 허베이강철그룹은 세계 2위이자 중국 내 1위 철강그룹이다.
지난달 27일 찾은 탕산강철은 공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녹지가 많았다. 안내를 해준 가오스펑 기업문화부장은 “공장 내 녹지율이 50% 이상”이라고 자랑했다. 공업용수는 100% 도시 중수와 폐수를 처리해 사용하고 전기도 75% 이상을 자체 재활용해 쓰고 있다. 원자재는 지하 창고에 밀봉해 보관하고 주차장은 공장 밖에 마련돼 있다. 베이징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의 악명 높은 스모그 억제를 위한 강력한 환경 규제에 작은 회사들은 버티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햇살이 아직 따뜻했지만 장훙보 부사장은 “추운 겨울이 서서히 느껴진다”면서 “아직 한겨울은 오지도 않았다”고 했다. 철강산업의 험난한 앞날을 얘기하는 것이다. 과거 30년 동안 중국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는 데 중요한 버팀목 중 하나는 바로 철강산업이었다. 하지만 수요 감소와 생산 과잉으로 중국 철강기업들은 저수익 시대에서 제로 수익 시대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적자에 환경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소규모 민영 철강업체들이 도산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장 부사장은 “강판 1t 팔아야 배추 한 근 이윤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면서 “사실 철강업은 현재 미약한 이윤을 가진 단계”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전체로 11억t의 철강 생산능력이 있지만 8억2000t을 생산해 7억t만 판매됐다. 탕산강철의 올해 8월까지 누적 이익은 1억2000만 위안(약 214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익 5억5600만 위안에 비해 20% 남짓이다.
장 부사장은 “중국은 과거 자원이 부족하던 단계에서 남아도는 단계, 돈을 안 쓰던 단계에서 지나치게 쓰는 단계로 진입했다”면서 “이후 중간 평온한 단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필요 없는, 못 따라오는 기업은 버림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탕산강철은 버림받지 않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갖고 있을까. 장 부사장은 “고부가가치 고급 제품으로 품목을 다변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탕산강철은 환경관리와 원가통제,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 시장과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품질관리 능력을 제고하고 있고 기술개발 분야의 훌륭한 인재를 찾아 비철강 사업에도 인력을 재배치하고 있다. 장 부사장은 구체적으로 “일반 강판 제품에서 자동차와 가전제품용으로 품목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월 자동차 강판 5000t, 가전제품용 강판 1만t 생산에 불과하다. 연 1800만t을 생산하는 전체 생산 규모에 비해서는 초보 단계다. 앞으로 3년 내 전체 포트폴리오를 자동차와 가전제품, 일반 제품을 각각 3분의 1씩으로 조정하는 것이 목표다. 장 부사장은 “일반 철강제품은 과잉생산이지만 외국에서 수입하는 고급강은 연 1000만t이나 된다”면서 “시장 수요에 맞게 공급하는 게 기업의 살길”이라고 말했다. 제철업은 버림받은 게 아니라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 닫는 회사는 있지만 문 닫는 업종은 없다”면서 “우리가 시장을 좌우할 수는 없지만 우리 스스로의 발전은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탕산=글·사진 맹경환 특파원
[위기의 중국 경제] ‘세계 2위 중국 1위’ 탕산강철 살아남기 위해 변신
입력 2015-11-03 21:14 수정 2015-11-04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