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스페셜리스트 그의 선택은 프렐류드… 피아니스트 임동혁, 7년 만에 새 앨범 발표

입력 2015-11-03 18:05
7년 만에 ‘쇼팽: 전주곡(프렐류드)’을 발표한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3일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 앨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크레디아 제공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정평이 난 임동혁(31)이 7년 만에 새 앨범 ‘쇼팽: 전주곡(프렐류드)’을 발표했다. 임동혁은 지난달 21일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한국인으로 쇼팽 콩쿠르에서 최고 성적을 거둔 피아니스트였다. 2005년 형 임동민과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당시 결선에서 그가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을 연주하다 소리가 이상해 주최 측에 문제를 제기했는데, 실제로 피아노에서 조율기구가 나왔다. 팬들은 이 해프닝이 없었다면 임동혁이 좀 더 좋은 성적을 거뒀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17세이던 2001년 롱티보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는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후원을 받아 데뷔 앨범을 냈다. 앨범은 프랑스의 권위 있는 디아파종상을 수상했다.

임동혁은 3일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오랜만에 음반을 내면서 쇼팽의 곡들로 의미 있는 전곡연주를 하고 싶었다. 쉽지 않은 프렐류드 24개를 모두 치는 게 스스로 잡은 도전 과제였다”고 밝혔다. 과거 예민하고 혈기왕성한 모습으로 종종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확실히 생각도 많아지고 부드러워진 것 같다”며 “그동안 개인적으로 많은 아픔과 슬픔을 겪으면서 음악에서 많이 위안을 얻었다”고 했다.

간담회에서는 후배 조성진에 대한 이야기가 적지 않게 나왔다. 그는 “이번에 성진이 아니면 문지영(부조니 콩쿠르 우승 후 결선 불참)이 1등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성진이는 피아니스트로서 필요한 요소들을 밸런스 있게 잘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어 “성진이에게 ‘너의 피아노 실력이면 사람들 앞에서 겸손할 필요는 없지만 음악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고 꼰대 같은 충고를 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의 음반은 6일 쇼팽 우승자 자격으로 발매되는 조성진의 음반과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 또 2000년 우승자 윤디가 지난달 발표한 음반도 24개 전주곡이 핵심이다. 그는 “같은 시기에 아시아 출신의 세 피아니스트가 전주곡을 발표했기 때문에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다. 아티스트라면 그런 비교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여유 있게 말했다.

독일 유학을 같이 했던 윤디가 최근 내한공연에서 악보를 까먹어 연주를 중단한 실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연주자들은 누구나 무대 위에서 갑자기 악보를 까먹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다만 누구나 그런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주변에서 뜻밖이 아니라 ‘그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이 나온다면 그건 아티스트로서 자기관리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