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보는 ‘깜깜이 정책’] 금리 내려도 경기 ‘냉골’ 가계빚만 3.5배

입력 2015-11-03 22:04 수정 2015-11-03 22:59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4차례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실물경제 개선 효과는 크지 않고 가계부채만 평년보다 월평균 3.5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또 소비자물가가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계속 밑돈 것에 대해 최근의 경제구조 변화를 간과했음을 인정했다.

한은은 3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하 이후 실물 및 금융, 물가 상황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4차례 금리 인하에 따른 실물경제 개선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낮은 수준을 보였고 설비투자 증가세도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수출도 세계 교역 규모 신장률 둔화, 엔화 약세 영향으로 올 들어 감소세를 보였다.

우려했던 부채는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 1년간(2014년 10월∼2015년 9월)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월평균 6조3000억원으로 예년(2012년 1월∼2014년 8월, 평균 1조8000억원)의 3.5배나 됐다. 2012년 1월∼2014년 8월에도 기준금리가 연 3.25%에서 2.25%로 떨어진 점에 비춰 최근 1년 새 기준금리 인하 기간에서의 가계부채가 눈에 띄게 급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금리 인하와 함께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완화한 효과가 맞물린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2014년 2분기 70.2%에서 올 2분기에는 72.9%로 상당폭 상승했다고 보고서는 명시했다.

기준금리를 계속 내렸음에도 저물가 상태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통계청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9% 올라 지난해 12월(0.8%) 이후 11개월째 0%대 상승률을 보였다고 이날 밝혔다.

특히 2012년 물가안정목표(2.5∼3.5%) 설정 이후 지속적으로 목표치를 하회한 것과 관련, 한은 윤면식 부총재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은이 잠재성장률 하향, 환율 하락 등 인플레이션 동학(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물가 변화)을 명확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