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래도 야당은 국회를 포기하면 안 돼

입력 2015-11-03 18:15
정부가 3일 고시를 통해 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확정하자 야당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기국회 의사일정이 모두 중단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에서 이틀째 농성을 이어갔고,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는 물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의 부처별 예산 심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부 상임위의 법안심사소위 등이 열리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압도적 다수의 국민 여론을 짓밟은 독재”라고 규정했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를 중단하면서까지 정부의 잘못된 태도에 대해 분명한 의지를 표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예고기간이 끝나면 찬반 의견을 정리해 5일 발표키로 했다가 갑자기 이틀 앞당겨 발표한 것이나, 그동안 여론을 살피기보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듯한 여권의 일방적 자세에 대해 야권이 강력히 반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농성이나 장외 투쟁으로 제1야당이 의지를 표현하는 시대가 아니다. 아무리 정부가 틀렸다는 확신이 있고, 국정화 반대 의지가 강하다고 해도 의회민주주의와 책임 정당의 자세를 져버려서는 안 된다. 야당 주장처럼 국정화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여권 주장처럼 좌편향됐거나 왜곡된 내용이 교과서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일부 기술에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면 되지 국정화로 돌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식의 논리를 차분히 펼쳐나간다면 여론도 귀 기울일 것이다. 여권의 잘못을 반대하는 것과는 별도로 엄중한 예산 심의와 정부 견제를 위해 입법부의 기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오히려 여론이 신선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여론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게 정치이며, 그것을 가장 잘 펼칠 수 있는 곳이 국회다.

무조건 싸우려고만 들고, 농성이나 하고, 반대로써 우리 편을 결집시키려는 운동권 방식은 이제 여론에 먹혀들지 않는다. 이런 전략은 적절한 퇴로도 없고, 피로감만 누적되며, 결국 별 소득 없이 내부 상처만 입게 된다. 야당은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그게 더 명분이 있고, 더 효율적으로 여당 논리를 반박하는 정치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