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6시즌 프로배구 1라운드 돌아보니… 男, 빠른 토스의 스피드 배구 득세

입력 2015-11-03 21:39
2015-2016 남자 프로배구에서는 ‘스피드’가 대세로 떠올랐다. 빠른 토스로 상대 블로커를 따돌려 공격 성공률을 높이는 게 스피드 배구다. 서구 선수에 비해 공격 타점이 낮은 동양 선수들이 키 큰 블로커를 따돌리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왔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초반 이 개념이 도입됐고 최근에는 박기원 전 국가대표 감독이 대표팀에 적용했다.

올해 부는 스피드 배구의 중심엔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있다. 마흔도 되기 전 선수에서 곧바로 사령탑에 오른 그는 세터 출신인 자신의 장기를 살려 토스에 스피드를 도입했다. 2년차 유망 장신 세터 노재욱(191㎝)을 트레이드해온 최 감독은 한국 무대 경험이 있는 오레올(쿠바)을 영입하면서 스피드를 살리기 시작했다. 오레올은 블로킹과 리시브도 할 수 있는 용병 중 유일한 레프트 자원이다. 팀에는 독일의 스피드 배구를 경험한 토종 공격수 문성민이 버티고 있어 다양한 공격자원을 활용할 수 있었다. 경기를 치를수록 짜임새를 더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은 1라운드가 끝난 3일 현재 4승2패로 3위에 랭크돼 있다. 이에 질세라 선두 OK저축은행과 2위 대한항공도 이민규와 한선수라는 특급 세터의 빠른 토스를 앞세워 예년보다 스피드한 공격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스피드 배구는 단지 빠른 토스워크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토스가 이뤄지기 전 리시브가 잘돼야 하고, 모든 공격수가 공격할 준비가 돼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빠른 토스라도 특정 공격수에게만 볼이 간다면 상대 블로커의 집중 마크에 공격 성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스피드 배구는 토털 배구와 일맥상통한다. 특정 공격수에게만 의존하는 대신 모든 공격수를 골고루 활용하는 토털 배구는 이번 시즌 여자부의 특징을 지칭하는 말로도 사용된다.

올해 여자부는 미국 출신 선수들로만 공개선발(트라이아웃)에 의해 뽑아 전반적인 용병 수준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 당연히 토종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용병 에밀리, 센터 양효진, 라이트 황연주로 이뤄진 공격 삼각편대가 조화로운 현대건설이 1라운드 선두에 나섰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