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나기 사랑의 연탄은행’] 올해도 훈훈한 나눔을 배달합니다

입력 2015-11-03 20:49
국민일보와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이 함께 펼치는 ‘따뜻한 겨울나기 사랑의 연탄은행’ 캠페인에 참여한 서울 소망교회 성도들이 2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연탄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이른 추위가 잠시 수그러든 2일 아침. 서울 노원구 중계로 백사마을 주택가 곳곳에는 연탄재가 뒹굴고 있었다.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집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폐가처럼 보이는 곳도 적지 않았다.

서울 전역에서 재개발 바람이 불던 1960년대 용산 동대문 청량리에서 내몰린 철거민들은 이곳 불암산 기슭으로 밀려와 자리를 잡았다. 당시 온 동네 집주소가 ‘산 104번지’로 끝난다고 해서 백사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 현재 주민 대부분은 노인들로 전체 1000가구 중 600여 가구가 연탄을 땐다.

서울 소망교회(김지철 목사) 사랑나눔부 소속 봉사자 30명은 이날 백사마을 어귀 서울연탄은행 앞에 모였다. 조를 나눠 연탄 1500장을 배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국민일보와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이 함께 펼치는 ‘따뜻한 겨울나기 사랑의 연탄은행’ 캠페인에 동참하는 첫 번째 교회다.

봉사자들은 먼저 개당 3.6㎏짜리 연탄 70여장을 연탄은행 창고에서 꺼내 리어카에 옮겨 실었다. 동네 길이 워낙 좁아 트럭 대신 리어카나 지게로 연탄을 옮겨야 했다. 목적지는 허만후(68) 할아버지 집. 예닐곱 명이 달라붙어 리어카를 밀었다.

“자, 여기서부터는 조금 더 힘을 내셔야 합니다.” 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가 말했다. 앞을 보니 경사 45도가량의 언덕이 뻗어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껏 리어카를 밀어 겨우 언덕 끝에 올랐다. 컴컴한 슬레이트 지붕 밑에 앉아 있던 허 할아버지는 “안 그래도 연탄이 딱 떨어져 막막했는데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다른 봉사자들은 각자 지게에 연탄 2∼6개씩을 지고 노혜란(57·여)씨를 따라갔다. 노씨는 “가진 것 없어도 아궁이에 연탄 4장만 채워 넣으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행여 연탄을 꺼내다 노인들이 다칠까봐 봉사자들은 연탄을 되도록 낮고 넓게 쌓았다. 청계천 철거민 출신인 이칠성(82) 할아버지는 “폐지를 주우면서 혼자 살고 있다”며 “가족이 없으니 가끔씩 봉사하러 찾아오는 이들이 더없이 반갑다”고 말했다. 봉사자들도 그 마음에 공감했다. 소망교회 청년 이서현씨는 “작은 도움이지만 이웃을 기쁘게 하는 일에 동참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약 두 시간 만에 1500장의 연탄이 모두 배달됐다. 박화자(70) 할머니는 마당에 쌓인 연탄을 보며 “겨울에는 폐지와 공병 줍는 일도 힘든데, 연탄도 채워졌으니 올 겨울도 잘 버텨봐야지”라고 말했다.

소망교회 사랑나눔부는 이날 배달한 것을 포함해 4만장의 연탄을 연탄은행에 기증했다. 사랑나눔부 부장 박영배 장로는 “오늘 전달한 연탄이 소외된 이웃들이 겨울을 나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망교회는 2010년부터 매년 연탄을 기증하고 있다.

허 목사는 “특히 혹한기 3개월 동안 연탄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한국교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