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근대화, 산업화를 이루는데 있어서 한국교회는 정신적 진원이 되었다. 이것은 반드시 역사학자가 평가를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조국의 근대화와 산업화에 정신적 본류가 되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성장주의와 물량주의에 편승을 하게 되었다. 급기야 교회도 세속화되면서 교회의 거룩성과 교회다움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교회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상실하기도 했다.
그래서 교회도 기득권 싸움을 하였고 일부 목회자 역시 부도덕성을 보이곤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는 어느 때부턴가 정체하기 시작했다. 더 불행한 것은 한국교회는 21세기를 준비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교회가 성장해 왔듯이 막연한 장밋빛 기대감을 가지고 새천년을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20세기와 21세기는 똑같은 세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너무도 달랐다. 세상의 기업들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였지만 한국교회는 새 시대를 준비하지 못했다. 먼저 21세기에 펼쳐질 시대 변화를 읽지 못했다. 또한 사람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다. 그리고 목회 환경을 예측하지 못했다. 더 중요한 것은 교회 스타일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세계교회, 특히 미국교회의 변화적 흐름을 보면 1970년대까지는 교단 중심의 전통적 교회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80년대부터는 커뮤니티 교회가 중심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구도자 중심과 문화적인 예배를 드리려고 했다. 그리고 공동체 중심의 교회를 이루며 부흥 코드로 성장을 해 왔다. 그렇게 하다 보니 교단이나 다른 교회와는 별 상관없는 개교회 중심의 교회가 되었고 대형교회 목회자들 간의 영향력 전쟁이나 스타플레이를 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새천년을 맞은 어느 때부턴가 커뮤니티 교회에서 네트워크 교회로 바뀌기 시작했다. 구도자 중심보다는 처치 플랜터(church planter) 중심의 교회가 되고 문화 중심보다는 복음적 중심, 혹은 래디컬(radical)한 신앙 구조로 바뀌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커뮤니티 구조보다는 네트워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부흥 코드보다는 플랜팅(Planting) 코드로 바뀌었다.
미국교회를 보면 하나의 대형교회가 아니라 코드가 맞는 교회끼리 서로 네트워크를 하며 세움형 교회로 확장해 가는 것을 본다. 특별히 뉴욕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팀 켈러 목사 같은 경우는 700개가 넘게 교회를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국내 교회 성장학자들, 특히 21세기목회연구소 김두현 소장은 한국교회도 이제 네트워크형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미국교회가 아무리 네트워크형으로 간다 하더라도 내 눈으로 볼 땐 여전히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자기 코드나 성향에 맞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할 뿐이지, 미국 전역에 교회 생태계를 살리고 미국교회를 전방위적으로 지키기 위한 네트워크는 아직도 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미국이 대형교회도 많고 큰 교단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동성결혼법이 통과되어 버렸지 않는가. 전국가적이고 범교단적인 네트워크 교회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중소형교회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아니 대형교회는 대형교회대로 힘들다. 이럴 때 교회를 다시 개척하고 세우는 마음으로 교회 내부에서부터 먼저 처치 플랜팅을 해야 한다. 여전히 부흥이라는 뜬구름 잡는 캐치프레이즈보다는 이제는 다시 쇠퇴해 가는 교회를 건강하게 세워야 한다. 교회 내부에서부터 먼저 네트워킹을 잘해야 한다. 건강하게 세워놓은 교회는 견고하게 부흥하게 되어 있다.
그런 다음 그 힘으로 이웃교회와 네트워킹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지역의 교회들이 서로 함께 세워주는 사역을 해야 한다. 교단 안에서는 교단교회끼리, 또 각 교단과 교단이 주 안에서 네트워킹을 하며 서로를 세워주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네트워크이고 세움이며 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한국교회는 내 교회가 부흥하고 어느 한 교회가 잘되는 것보다 중요한 게 모두가 함께 네트워킹을 하며 세워주는 일이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커뮤니티를 넘어 네트워크 사역을 하며 네트워크 교회를 이루어야 할 때이다.
소강석(새에덴교회목사)
[소강석의 꽃씨 칼럼] 커뮤니티를 넘어 네트워크 교회를 세우라
입력 2015-11-03 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