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가을의 전설’과 이대호 박병호

입력 2015-11-03 17:47

기적의 역전승이다. 0-2로 패색이 짙던 9회 초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으로 몰고 간 뒤 12회 초 무려 5점을 쓸어담았다. 엊그제 뉴욕 메츠를 꺾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3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캔자스시티 로열스. 역전의 명수답게 4승 모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가을의 전설’이라 불리는 미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도 막을 내렸다.

한데 한국 팬 입장에선 아쉬움이 많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어깨 수술로 한 게임도 마운드에 서지 못했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는 9월에 무릎 부상을 당해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기 때문. 추신수가 가을 야구에서 선전했지만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는 아메리칸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내년을 기약하는 마당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거포 박병호(넥센 히어로즈)와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신청에 이어 이대호가 3일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박병호는 국내 리그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쏘아올린 슬러거. 이대호는 올해 일본시리즈에서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는 등 한국에 이어 일본을 평정했다.

강정호의 연착륙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군침을 흘릴 만하다. 우선 박병호 몸값이 관심이다. 응찰액이 500만 달러(57억원)에서 2000만 달러(227억원) 사이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은 약 500만 달러였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에 잔류할 경우 연봉 6억엔(56억원)이 보장되지만 세계 최고 무대를 꿈꾸며 개별 협상에 나선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한국인 선수 15명 가운데 가을 잔치를 경험한 건 김병현 최희섭 박찬호 류현진 추신수 등 5명.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라 우승 반지를 낀 것은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활약한 김병현뿐이다. 선의의 경쟁을 펼칠 박병호와 이대호가 어떻게 될지 흥미진진하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