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객 甲질로 생긴 우울증 산재인정 환영한다

입력 2015-11-03 18:15
앞으로 고객의 갑질 탓에 우울증이나 적응장애가 생긴 노동자들은 산업재해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고용노동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산재 인정이 된 정신적 질환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유일했다.

정부의 이번 조처는 최근 잇따르는 고객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따른 노동자들의 정신적 피해를 보상해주겠다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뒤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하다. 지나친 감정 억제와 심리적 압박감이 반복되면서 우울증 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큰 감정노동자들이 주로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75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국내의 감정노동자들이 고객에게 받는 상처는 깊다. 스트레스를 경험한 뒤 다시 자신의 원 감정 상태로 돌아오는 ‘회복탄력성’은 다른 직종 종사자들에 비해 크게 낮다. 감정과 표현을 스스로 구분하는 ‘감정부조화’ 현상은 일상적이라 할 만큼 감정을 착취당하고 있다.

감정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은 이미 꽤 공감을 얻고 있다. 국회에는 이들의 피해 예방조치 등을 담은 법률안 제·개정안이 9건 제출돼 있다. 감정노동자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개인의 상처를 보듬기 위함이 아니다. 어느 직종보다 높은 이직률과 낮은 생산성, 후유증 등이 결국에는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주의 노동자 보호 노력과 고객의 의식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 최근 한 업체가 종업원에게 무례한 고객은 매장에서 내보내겠다고 해 신선하다는 평을 들었다. 사업주가 존중하지 않는 종업원을 고객이 제대로 대할리 없다. 고객 역시 노동자의 감정까지 요구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겠다. 이번을 계기로 감정노동자 보호장치가 확산되는 것은 물론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이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