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빅리거?… 한·일 평정 이대호, MLB 진출 선언

입력 2015-11-03 21:34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이대호가 3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이대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빅보이’ 이대호(33)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대호는 3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드 스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배려 속에 메이저리그 도전에 첫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많은 분의 도움 속에 한국과 일본에서 성공적인 야구 인생을 살았다”며 “이제 나도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지금이 메이저리그 꿈을 이룰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울 때”라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한국에선 2001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해 2011년까지 1150경기에 나와 타율 0.309, 225홈런, 809타점을 올렸다. 특히 2010년에는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2012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일본에 진출한 뒤 올해까지 570경기 타율 0.293, 98홈런, 348타점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일본 퍼시픽리그 최강팀 소프트뱅크 호크스에 입단해 우승의 한을 풀었고, 지난달 29일 끝난 일본시리즈에선 시리즈 MVP까지 거머쥐었다.

이대호는 2013년 말 소프트뱅크와 2+1년 최대 20억엔(약 203억원) 수준에 입단 계약을 했다. 이대호가 소프트뱅크에 잔류한다면 6억엔(약 53억원)의 거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대호는 ‘빅리그’에 대한 의지가 컸다. 2012년 일본에 진출했을 때도 “일본 최고의 타자가 된 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중·고교 시절 라이벌로 지낸 동갑내기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자극제가 됐다. 이대호는 “추신수가 미국에서 많이 고생하며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 나도 한국과 일본에서 고생을 했다”며 “나도 추신수와 함께 미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대호가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하면서 필연적으로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대호와 박병호는 나란히 한국을 대표하는 ‘거포’다. 또 주 포지션이 1루수이고 똑같이 3루수도 소화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팀으로선 이대호가 아시아의 오른손 거포라는 점에서 박병호의 대체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지난 2일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절차를 밟은 박병호의 경우 메이저리그 구단은 협상권을 얻기 위해 돈을 따로 지불해야 하지만 이대호는 FA 신분이라 포스팅 금액 없이 훨씬 손쉽게 협상을 할 수 있다. 이대호는 “박병호가 나 때문에 피해를 보거나 반대로 내가 피해를 보는 상황은 없으리라 생각한다”며 “같이 좋은 팀에 가서 미국에서 결과를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