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역사를 이루는 사명자

입력 2015-11-03 18:19

지난주 서울 남산 국악당에서 전통무용의 대가로 인정받았던 스승을 추모하며 제자들이 무대를 꾸민 전통 춤 공연이 있었다. 유명한 춤꾼이었던 스승의 춤에 새로운 그 어떤 것도 가미하지 않고 스승의 손끝발끝 동작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재현하려는 노력이 엿보였고, 관람객들은 기대에 부응한 공연에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 시대의 춤꾼으로 기록될 만한 스승의 춤을 변질시키지 않고 그대로 지키고자 노력하는 제자들의 의지가 아름다워 보였다.

공연을 관람하면서 역사는 본질을 흐리지 않고 순수하게 지키려는 사명자에 의해 열매 맺고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문득, 요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른 역사 교과서 문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일에 편싸움은 왜 필요한 것이며, 올바른 역사관을 가진 사람에 의해 역사 교과서가 발행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인가. 어느 쪽에든 무엇인가를 가미하여 본질을 흐리거나 새로운 색을 덧입히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면, 역사의 물줄기를 거스르는 도전이며 그것 또한 탐욕의 하나일 것이다. 후대에 있을 평가는 그들에게 맡기고 진실을 기록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며, 역사 앞에 모두 사심을 버리고 겸허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을 보자. 다른 나라에 고통을 준 침략의 역사는 아시아를 해방시키기 위한 것으로 미화시키며, 위안부 문제는 다루지도 않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거짓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가. 만일 우리가 진실된 역사 교과서를 발행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일본에 당당하게 항의할 수 있겠는가. 누구에 의해 제작되든 역사를 사실대로 기록하고, 가르치고 배울 수 있어야 올바른 역사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통해서 깨닫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훌륭한 것은 그 빛이 더욱 찬란해지도록 잘 닦으며 이어가고 잘못된 것은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김세원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