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윤화] 슈퍼컴퓨터 4호기 도입으로 기상서비스 질 개선될 것

입력 2015-11-03 17:48

기상청 하면 항상 따라오는 연관 검색어가 있다. 바로 슈퍼컴퓨터이다. 기상청이 슈퍼컴퓨터를 도입해 운영한 것은 1999년이었다. 그해 도입된 슈퍼컴퓨터 1호기는 이미 10년 전 2호기로 교체됐고, 2호기와 3호기도 5년씩 그 역할을 다해왔다. 그리고 다음 5년은 ‘우리, 누리, 미리’라는 이름을 가진 4호기가 책임질 것이다.

슈퍼컴퓨터는 입력된 관측 자료를 예보모델에 의해 계산해내는 계산기이다. 매일 매시간 입력되는 관측 자료의 양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그 자료를 대기방정식에 적용해서 풀어낼 수 있는 고해상도의 수치모델도 방대한 양의 계산을 요구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가 아니면 필요한 시간 내 계산이 불가능한 것이다.

기상청에 슈퍼컴퓨터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시스템이지만, 동시에 국민으로부터 많은 원망을 듣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대부분 국민은 슈퍼컴퓨터를 일기예보에 있어 ‘신’과 같은 능력을 갖고 있는 도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퍼컴퓨터는 다른 컴퓨터와 비교했을 때 계산 능력이 매우 탁월한 컴퓨터일 뿐이며, 동시대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나라도 날씨를 100% 완벽하게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슈퍼컴퓨터 4호기의 성능은 5800TF(1TF: 1초에 1조번 계산)이다. 15년 전 도입한 1호기 성능이 0.2TF였으니, 3만배가량 성능이 향상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예보 정확도는 15년 전에 비해 3만배 증가할 수 없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관측 자료의 처리와 계속해서 정교해지는 수치예보 모델을 가동하기 위해 슈퍼컴퓨터의 단계적인 성능 보강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예보정확도가 그에 비례해 증가할 수는 없다.

기상청은 일기예보를 위해 현재 전 지구 25㎞ 해상도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6년 17㎞, 2019년에는 12㎞ 해상도로 계속 정교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상정보 서비스의 질이 이전보다 개선될 것은 분명하다. 특히, 태풍의 분석과 예측, 여름철 소낙성 강수의 신속하고 정확한 예측 등에 있어서 많은 개선이 기대된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자료를 생산해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고윤화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