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朴 대통령, 위안부 해법 3원칙 제시하며 아베 압박

입력 2015-11-02 21:50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청와대 집현실에서 양측 배석자들과 함께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앞서 두 정상은 청와대 백악실에서 60분간 단독 정상회담을 가졌다. 서영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에 2일 이뤄진 첫 한·일 정상회담의 최대 이슈는 단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이었다. 박 대통령은 회담 내내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거사의 연내 해결”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를 논하려면 무엇보다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을 들어 아베 총리를 압박한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하면서 구체적인 해결 시한 또는 방안은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두 정상의 합의는 구체적 시한도 못 박지 못하고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의 전환점을 염두에 두고 조기에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한다’는 식으로만 정리됐다.

회담에선 과거사 문제를 바라보는 두 정상 간 현격한 시각 차이도 드러났다. 아베 총리는 또 회담에서 한·일 간 다른 현안을 꺼내며 ‘한국 정부가 해결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위안부 해법 3원칙 제시하며 아베 압박=박 대통령은 단독 및 확대회담을 통해 아베 총리에게 “아픈 역사를 치유하는 대승적이고 진심어린 회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의 이른바 3대 원칙을 제기했다. 첫째, 위안부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고 둘째,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이 돼야 하며 셋째, 연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일본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내내 강조해 왔던 언급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사죄와 배상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현재 평균 88세의 고령으로, 이분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논리를 들어 ‘연내 문제 해결’에 거듭 방점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저는 외교에서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한·일 관계의 신뢰도 당부했다. 그러면서 경색된 한·일 관계는 우리 정부의 책임이 아니며,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갈등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은 상황인 만큼 과거사를 치유하고,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할 말씀은 다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격한 과거사 인식 차이 노출=두 정상은 과거사에 대한 인식 차이도 노정했다. 아베 총리는 단독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법적 문제는 해결됐다는 일본의 기본 입장을 다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과거사 언급 없이 ‘미래’만 언급했다. 그는 “정상 차원에서도 솔직하게 의견 교환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얘기해 왔다. 오늘 회담이 실현됐는데, 이것은 양국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한·일 관계에 대해선 두루뭉술하게 “우호협력의 길을 걸어왔고, 함께 발전해 왔다”며 “일·한 관계의 새로운 미래 구축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또 박 대통령의 거듭된 과거사 문제 제기에도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회담 뒤 “미래지향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가는 데 있어서 미래세대에게 장애를 남기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며 과거사 해결 의지를 어느 정도 보여주긴 했다.

◇논쟁 없이 차분하게 진행=두 정상은 서로 할 말은 다하면서도 논쟁을 벌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준비해 온 발언을 하고, 합의점 모색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단독회담이 1시간으로 길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냉랭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런 논의 끝에 목표 시한을 특정하지 않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최대한 진행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