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햄·적색육 섭취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 식약처, 공식 입장 발표

입력 2015-11-02 21:20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햄·소시지·베이컨 등 가공육과 소·돼지고기 같은 붉은색 고기류(적색육)를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과 관련해 식품의약 당국이 “우리 국민의 섭취 수준은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까지 국내 식생활 실태 조사와 외국의 섭취권고 기준 등을 참고해 ‘적정 섭취 가이드라인’을 제시키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손문기 차장은 2일 브리핑에서 “IARC 분류는 가공육과 적색육의 과도한 섭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일 뿐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국민영양조사결과(2010∼2013년) 우리 국민의 가공육 섭취량은 하루 평균 6.0g 수준이다. 매일 가공육 50g을 섭취했을 때 대장암 위험이 18%씩 증가한다는 IARC 발표를 참고할 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가공육 발색과 보존에 쓰이는 아질산나트륨의 1일 섭취량(2009∼2010년)도 WHO 섭취 허용량(0∼0.06㎎/㎏)의 11.5%에 불과했다. 또 적색육의 하루 평균 섭취량은 61.5g 수준으로, IARC 발표(매일 100g 섭취 시 암 발생률 17%씩 증가)처럼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식약처 판단이다. 우리 국민의 가공육 및 적색육의 하루 평균 총섭취량 67.5g은 영국(70g) 호주(65∼100g) 등 외국 권장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가공육 및 적색육 섭취로 인한 암 발생 위험은 섭취량뿐 아니라 식습관, 연령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 차장은 “특히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 등은 건강과 영양학적 균형을 위해 적색육 섭취를 통한 적정 수준의 단백질 보충이 필요하므로 현재 섭취량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적색육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은 특정 연령대 남성(10∼49세)의 경우 육류 섭취 시 채소, 과일 등을 함께 먹고 적당한 운동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불로 직화해 굽거나 튀겨 먹는 것보다 삶거나 쪄서 먹는 것이 조리 시 생성되는 유해물질을 줄일 수 있다고 식약처는 권고했다. 식약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과도한 가공육 섭취를 방지하기 위해 가공육 육함량 표시제를 도입하고 스스로 먹는 양을 알 수 있도록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