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교회, 세계교회와 교류 증진 의지 확고했다”

입력 2015-11-02 21:21
지난달 28일 북한 평양 봉수교회에서 남북 및 세계교회 지도자들이 예배를 마친 뒤 교회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7박8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국 및 세계교회 지도자들은 2일 한목소리로 “남북 협력 및 세계교회와의 교류 증진에 대한 북한교회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장상 세계교회협의회(WCC) 공동의장과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등은 지난달 23일부터 평양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개발협력을 위한 에큐메니컬 포럼’ 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30일 귀국했다.

장상 공동의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남과 북의 교회가 서로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강명철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 위원장뿐 아니라 최고위급인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도 방북단과 면담을 갖는 등 각별히 대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평양 봉수교회와 칠골교회는 물론 가정교회와 장충성당 등도 공개했다. 방북단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건설을 진두지휘해 지난 7월 개관한 황해도 신천의 신천박물관도 둘러봤다.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공격에 의한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 곳으로 알려졌다.

김영주 총무는 “평양 교회로부터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며 “앞으로 남북교회는 물론 세계교회와 함께 평화통일과 교류·협력을 위한 노력을 강화키로 했다”고 말했다. 향후 남북교회 간의 추가 접촉이 활발히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들은 실행위원회 회의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북한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뒤 이를 토대로 ‘평양호소문(Pyongyang Appeal)’을 채택했다. 호소문에는 6·15 공동선언 및 10·4 공동선언의 전면적 이행,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대북 경제제재 해제,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근 일본 아베정권이 집단자위권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뒤 평화헌법 9조를 재해석하고 북한의 무력 도발 시나리오를 가정해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 가능성을 거론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북한의 인권문제를 대결 구도에 악용하고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전단 살포에 반대한다는 뜻도 밝혔다. 남북 상호 인정과 지속적 대화, 남북 청년의 활발한 교류 등 남북 교류 증진을 통한 관계 개선 의지도 담았다. 비록 호소문 형태이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남북교회의 의지를 확인하고 남북교회는 물론 세계교회와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