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최대 0.7%P↓… 고객혜택 축소 불똥 튀나

입력 2015-11-02 21:08

내년 1월 말부터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최대 0.7% 포인트 낮아진다. 가맹점은 부담을 덜게 됐지만 카드사 수익이 줄어드는 바람에 카드 이용자 혜택도 덩달아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새누리당은 2일 오전 당정협의를 통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0.3∼0.7% 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이번 조정으로 가맹점 수수료는 연간 67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과 2억원 초과 3억원 이하 중소 가맹점 수수료는 0.7% 포인트 인하된다. 영세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1.5%에서 0.8%로 낮아져 연간 최대 140만원의 혜택을 보게 된다. 중소 가맹점도 연간 최대 210만원 수수료가 줄어든다. 연매출 10억원 이하 일반 가맹점은 평균 0.3% 포인트 수수료 인하 효과를 누릴 것으로 추정된다. 영세·중소 가맹점 체크카드 수수료율도 0.5% 포인트씩 인하됐다.

금융위는 또 밴사(VAN·결제대행업체) 리베이트 금지 대상 가맹점 범위를 현행 연매출 100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리베이트 비용이 사라지면 밴 수수료를 줄일 수 있게 돼 카드 가맹점 수수료도 낮출 수 있을 것이란 논리다. 카드사 통지만으로 5만원 이하 무서명 거래를 가능토록 해 매출전표 수거 비용을 감축할 수 있도록 했다. 카드사 부담 완화를 위해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도 현행 5년에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가맹점 수수료 개편은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을 개정하면서 3년마다 수수료율을 재산정하기로 함에 따라 이뤄졌다. 금융위는 “저금리 기조로 조달금리가 하락한 데다 밴사의 대형 가맹점 리베이트가 금지되면 수수료 인하 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수수료율 인하는) 카드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갑자기 6700억원 수익 감소 폭탄을 맞은 카드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예상은 했지만 인하 폭이 커 당황하고 있다. 또 정부의 카드사 부담 완화 방안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인하 폭이 예상외로 크다”며 “밴사 리베이트 금지로 수수료 인하 여력이 생길 거라고 하지만 결국 카드사가 협상을 통해 얻어내야 할 부분이라 줄어든 수익을 메우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가 카드사 부수업무 범위를 넓혀줬지만 당장 수익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금리 인상 시 가맹점 수수료를 올릴 수 있다는 금융위 방침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저금리라 향후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고, 카드사 수익이 나빠지면 조달금리는 올라가게 돼 있다”며 “수수료 인하에 정치권 입김이 세게 작용하고 있어 3년 후 재산정시 기준금리가 올랐더라도 한 번 내려간 수수료를 높이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뚜렷한 수익원이 없는 상황에서 카드사가 비용 감축에 나서면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현 시점에선 정부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줄이지 못하겠지만 금융위가 유지 기간을 단축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카드사가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 서비스를 점차 축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은애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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