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治水가 길이다] “가뭄·홍수는 과학의 영역… 정치 영역 아니다”

입력 2015-11-02 19:44 수정 2015-11-02 21:57
최계운 수자원공사 사장이 지난달 23일 대전 수자원공사 본사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모든 사람이 좋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물 복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전=이동희 기자

최계운(61) 수자원공사(K-water) 사장은 "물은 과학의 영역이지 정치의 영역이 아니다"면서 "4대강 사업의 공과를 떠나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최 사장은 "현재 가뭄 예측 시스템은 향후 20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면서 "이번과 같은 30년 만의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합의를 거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뭄현장 방문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최 사장을 지난달 23일 대전 수자원공사 본사 접견실에서 만났다. 그는 가뭄 대응, 4대강 사업 논란, 물 복지 등 물 관리 전반에 대한 질문에 '물 전문가'로서 해박하고 소신 있는 답변을 했다.

-가뭄이 심각하다. 올해뿐 아니라 매년 물 부족을 겪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6∼9월 강수량이 4개월간 1년 강수량의 70%를 차지한다. 그걸로 나머지 8개월간을 버티는 거다. 그런데 올해처럼 6∼9월에 비가 안 오면 가을에 비가 어느 정도 와도 해갈이 안 된다. 예를 들어 보령댐 인근에 최근 70㎜ 정도 비가 왔다. 예전 같으면 댐 수위가 높아져야 하는데 올해는 별 차이가 없다. 땅이 바싹 말라 다 땅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전 지구적으로 물은 한정돼 있고 비가 더 많이 오는 지역은 더 많이 오고, 안 오는 지역은 가뭄이 심각해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

-상황이 심각하지만 그래도 이겨내야 하지 않겠나. 어떻게 해야 하나.

“보령댐 인근 지역에 한해 절수지원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물을 아낀 만큼 혜택을 주는 것이다. 절수지원금도 필요하지만 페널티(벌칙제도)도 필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올해까지 4년째 가뭄이다. 캘리포니아는 물 낭비를 하면 벌금을 물게 한다. 보령댐 같은 경우는 현재 남아 있는 물의 양이 100일분 정도뿐이다. 이걸 내년 3월까지 사용하려면 공통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써야 할 물을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낭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리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페널티를 주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정서상 벌칙 제도를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가뭄을 막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물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국민들과 명확히 정해야 할 일이 있다. 현재 가뭄에 대한 대응 계획은 과거 30년간을 분석해 향후 20년 동안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 향후 20년 중 가장 심각한 가뭄에 대해 계획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20년을 뛰어넘어 오는 가뭄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향후 30년 예측을 하려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가뭄이 국민과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물론 장기적으로 물 관리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잘못도 있다. 수자원공사는 최근 물정보기술원을 세웠고, 올 연말이면 물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은 포털을 만들어 물에 관한 모든 정보를 투명히 공개해 나가겠다. 그런 신뢰 위에서 국민들에게 물 관리에 대한 투자 재원이 더 필요한 것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가뭄을 계기로 4대강 사업이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수자원공사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어떻게 평가하나.

“가뭄과 홍수는 과학의 영역이지 정치의 영역은 아니다. 더 이상 과거의 논란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지금 현 시점에서 4대강을 어떻게 잘 이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물은 가뭄과 홍수, 환경 등 세 가지 영역이 있다. 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다. 많은 국민이 4대강 사업에 들어간 22조원이 모두 4대강 보와 준설에 쓰였다고 생각하지만 보와 준설에 쓰인 예산은 5조2000억원뿐이다. 4대강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저수지의 둑 높이기 사업에 2조9000억원이 쓰였다. 또 3조9000억원은 환경 개선에 사용됐다. 이번 가뭄에 4대강 사업에서 일정 부분 효과를 보고 있다. 저수지에 둑을 높인 것은 큰 도움이 됐다. 문제는 4대강 본류와 거리가 멀어 관로가 연결되지 않은 전체 토지의 약 70% 정도가 문제다. 이 토지에 4대강 물을 앞으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지 고민해야 한다. ”

-가뭄 말고 수돗물 얘기를 해보자. 아직도 수돗물은 못 먹는 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20∼30년 전 미국에 유학을 가보니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걸 봤다. 우리는 왜 그게 안 될까 고민이 많았다. 수자원공사 사장으로 취임해보니 그 문제를 알게 됐다. 수자원공사는 물탱크까지 양질의 수돗물을 가져다준다. 물탱크에서 수도 밸브까지는 우리 관리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어디까지가 국토교통부 관리이고, 어디서부터 수자원공사 담당인지 모른다. 국민들이 알 필요도 없다. 우리가 할 일은 수도 밸브를 틀면 믿을 수 있는 물이 나오도록 국민들에게 신뢰를 줘야 하는 것이다. 경기도 파주에서 시범사업 중인 스마트워터시티 사업이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한 거다. 그래서 아파트 물탱크에 CCTV를 달고, 수질 정보도 충실히 제공하고 있다. ”

-그러려면 상수도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논리에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금 상수도 요금은 100원 원가 중 84원만 받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은 누가 손해를 보느냐 하면 서민이 손해를 본다. 돈 많은 사람은 생수도 비싼 것을 사먹는다. 수돗물 먹지 않아도 된다. 수도 요금의 상당 부분은 노후관로 교체와 수리에 사용된다. 그런데 수돗물 값을 원가도 받지 못하면 결국은 그런 데 투자를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비싼 생수를 못 사먹는 농촌이나 섬 주민들은 좋은 물을 마실 수 없다. 그런 좋은 물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이 전체의 5%인 250만명이나 된다. 이 중 100만명은 상수도도 없다. 올해부터는 물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다. 돈이 있거나 없거나, 도시에 살거나 농촌에 살거나 좋은 물을 먹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이것은 물값 올려 이익을 취하려는 게 아니다. 투자 여력을 가져야 국민들이 혜택을 받는 것이다. 내년 총선이 있어 요금 인상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정치와는 상관없는 것이다. 다른 것은 양보해도 수도요금 현실화는 욕을 먹어서라도 실현시키겠다.”

-관련해서 노후 수도관 문제가 심각하다. 이것도 수도요금을 올리면 해결되는 것인가.

“돈도 돈이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물 전문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현재 수자원공사는 22개 지자체로부터 지방상수도 관리 위탁을 받고 있다. 이 지자체들은 위탁 이후 66%였던 유수율(물효율)이 80%로 향상됐다. 수도관 관리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무조건 30년 됐다고 교체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지자체와 우리 간의 밥그릇싸움이 되서는 안 된다. 현재 보령댐 인근 8개 시·군 중 6곳에 우리 기술지도원 74명이 나가 있다. 직원들이 ‘우리 관할이 아니다’며 안 나가려고 해 ‘지금은 누구 관할이 중요한 게 아니다’고 설득했다.”

-세계 물 시장 규모가 석유시장보다 커졌다. 해외사업 전략은 어떻게 짜고 있나.

“해외 물 시장은 전망이 굉장히 밝다.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 내외 되는 개발도상국이 많다. 지구 인구 중 10억명은 쓸 물이 없고, 25억명은 상하수도 혜택을 못 받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물과 전기 같은 인프라 사업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뛰어나다. 통합 물관리 사업 등에 정보통신(IT) 기술이 세계적이다. 해외 진출 요구도 많다. 지난 4월 세계 물포럼 개최 이후 인도네시아 알제리 필리핀 태국 등 많은 국가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해외 진출은 또 수자원공사만 하는 일이 아니다. 공기업 역할은 관련 산업을 육성시킬 책임이 있다. 엔지니어링, 건설사 등 민간기업과 함께 공동으로 진출해나가는 전략을 짜고 있다.”

-벌써 취임 2년이다. 앞으로 1년 남았는데 목표를 말해 달라.

“수자원공사에서 나오는 자료는 믿을 수 있고 통합적인 물 관리를 할 능력이 있다는 국민의 신뢰만 받으면 만족한다.”

최계운 사장은
△1982년 인하대 토목공학과 졸업 △1985년 서울대대학원 수리학 석사 △1991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수리학 박사 △1994∼2013년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2009∼2010년 세계 도시물포럼 사무총장 △2011∼2013년 인천경실련 공동대표 △2013년 한국수자원공사 제13대 사장 취임

대전=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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