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폐렴, 실험실 내 오염원 탓인 듯

입력 2015-11-02 21:26
건국대에서 발생한 집단 폐렴의 원인이 실험실 내 오염물질로 좁혀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환자의 74%가 이 대학 동물생명과학대학 5·7층 실험실 근무자임을 주목하고 이곳에서 오염원을 찾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폐렴 환자는 전날보다 1명 많아져 50명이 됐다.

질병관리본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날 0시까지 폐렴 소견이 확인된 환자 50명은 모두 동물생명과학대 3∼7층의 상시 근무자”라며 “실험실 환경에서 오염원에 공통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은 이 건물과 실험실에서 공기포집, 도말(검체를 면봉 등에 바르는 것) 등 방식으로 환경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민간 역학조사 자문위원단도 지원에 나섰다. 자문단장을 맡은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503호와 504호, 7층의 실험실에서 발병률이 높다”면서 “현장을 조사하고 가검물을 채취했으며 1대 1 면접을 통해 공통된 노출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했다”고 말했다.

자문단은 5층과 7층의 실험실에 오염원이 존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다른 층으로 어떻게 확산됐는지 실험을 통해 증명할 계획이다. 환자 50명 중 74%인 37명이 5층(25명)과 7층(12명)에서 나왔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해당 실험실에서는 동물 사료와 관련한 실험을 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사료도 채취해 검사 중이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2주가 걸린다. 천 교수는 “동물 사료와 연관된 큐열, 브루셀라를 비롯해 곰팡이 질환 7종 등 가능한 원인이 20가지가 넘는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하나씩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 가운데 19명은 증상이 호전됐고 일부는 격리 생활의 답답함을 호소할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보건 당국은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낮지만 원인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전문가 회의를 거쳐 퇴원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모니터링 대상은 1664명으로 늘었다. 방호·청소 관련 용역직원과 다른 단과대 학생 182명이 추가로 확인돼서다. 이들 중 환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