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남진우(명지대 문예창작과·사진) 교수가 부인인 신경숙씨의 표절 논란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열고 “표절은 문학의 종말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이달 출간 예정인 월간 ‘현대시학’에 기고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며-표절에 대한 명상 1’이라는 글에서 “지금 우리 사회에선 표절이라 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양심의 문제,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돼 이원론적 판결이 요구되는 법정으로 직행한다”며 “그러나 문학예술의 창작에서 표절은 종종 텍스트의 전환, 차용, 변용 등 문제와 결부되어 숙고돼야 한다. 그 숙고를 회피한 채 이뤄지는 표절 논란은 대부분 무분별한 여론재판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불운’과 영국 시인 토머스 그레이의 ‘시골 교회 묘지에서 쓴 비가’를 예로 들었다. 그는 “보들레르의 시가 그레이의 시구를 ‘둔갑한 것’이라는 원초적 사실을 백지화할 수 없다”면서 보들레르 시에 표절 논란이 일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는 보들레르의 번안으로 그레이 시가 함축하고 있던 최상의 순간을 맛보게 된다. 또 그레이의 의도를 넘어 그 구절이 현현하는 놀라움과 조우하게 된다. 그레이의 범용한 낭만주의적 수사는 보들레르의 마법의 손길에 의해 상징주의의 도래를 고지하는 언어의 음악으로 탈바꿈한다.”
그는 “말에 주인이 있다고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고 보는 사고는 어쩌면 잘못된 믿음의 산물이며 보편적 편견일 수 있다”며 “글을 쓰고 읽는다는 것은 이런 상호 텍스트성의 거대한 그물망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표절은 표절이다. 그러나 표절은 문학의 종말이 아니라 시작, 그것도 시작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남중 기자
문학평론가 남진우 교수 “말의 주인 찾아줘야 한다는 사고는 편견”
입력 2015-11-02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