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다 ‘자원’… 중앙亞에 손 내민 美

입력 2015-11-02 22:16
중앙아시아 5개국 순방에 나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세 번째)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등 5개국 외교장관들이 1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회담에 들어가기 전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가 공들여온 자원 부국인 중앙아시아 5개국에 인도와 일본에 이어 미국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특히 이들 5개국을 대표적인 인권 탄압국으로 비난해 왔는데 풍부한 자원과 지역안보 문제 때문에 인권 문제에 ‘눈을 딱 감고’ 손을 잡기로 했다.

미 국무부는 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미국이 새로운 대화채널인 ‘C5+1’을 발족했다고 밝혔다. 6개국 외교장관들은 이날 우즈벡의 실크로드 도시 사마르칸트에서 첫 회의를 갖고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서 이들은 테러리즘에 공동 대응하고, 에너지 및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대량살상무기 및 마약 거래를 퇴치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인권에 대해선 선언문의 맨 마지막에 ‘각종 인권 관련 국제규약을 준수하도록 노력한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를 두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이 인권과 실용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25년째 1인 독재가 이뤄지는 우즈벡을 비롯해 이들 5개국은 국제 인권 탄압의 선두 국가들”이라며 “C5+1 회의에 앞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벡 대통령을 만났을 때 미국 기자가 인권 문제를 질문하다가 쫓겨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세계 인권의 헌병’ 역할을 해온 미국이 이처럼 저자세로 나서면서까지 이들 국가와 협력 강화에 나선 것은 다양한 목적이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자원 부국인 이들 5개국은 구소련연방에 속했던 나라들로 러시아의 입김이 여전히 세고,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들 나라를 매년 방문하는 등 정성을 기울여왔다”면서 중·러를 견제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디플로맷은 지난달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6월에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또 지난해에는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차례로 방문하는 등 이 지역의 경제적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앙아 5개국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데다 카자흐스탄은 원유 매장량 세계 11위, 투르크메니스탄은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6위일 정도로 대표적인 자원 부국들이다.

로이터통신은 아울러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철군하면 이들 5개국에도 이슬람 극단주의가 확산될 수 있어 이를 미연에 막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프간 탈레반 반군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이들 지역에서 전사를 모집해 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