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폭력조직 ‘범서방파’ 26년 만에 사실상 와해… 김태촌 후계자 구속 기소

입력 2015-11-02 21:49
2009년 11월 서울 강남에서 폭력조직 범서방파와 부산 칠성파 조직원 200여명이 벌였던 ‘강남 흉기 대치사건’의 주동자가 재판에 넘겨졌다. 사망한 김태촌의 후계자로 알려진 이 실세 간부마저 기소되면서 26년간 명맥을 이어온 범서방파는 완연한 쇠락기에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폭행·상해 목적의 폭력조직 범서방파를 구성해 활동한 혐의로 나모(49)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나씨는 2009년 11월 11일 범서방파 조직원을 서울 강남에 비상 소집해 회칼과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무장시켜 패싸움을 준비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범서방파와 칠성파는 그 다음날 저녁까지 24시간 동안 장소를 옮겨가며 대치했지만 시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 때문에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범서방파 조직원들은 나씨의 지시를 숨겼지만 최근 중형이 선고된 일부 피고인들이 나씨를 배후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남에서 유명 고깃집을 운영하는 나씨는 명목상 범서방파 고문으로 돼 있지만 2000년 이후부터 실질적으로 조직을 이끌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1987년 인천 뉴송도호텔 사장 살인사건에 가담해 김태촌과 함께 수감됐는데, 이 과정에서 김태촌의 신임을 얻었다.

검찰에 따르면 범서방파는 89년 6월 ‘서방파’를 모태로 출범했다. 서방파 행동대장이 이웃 폭력조직원에게 난자당해 사망한 뒤 김태촌의 주도로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150여명이 모인 게 범서방파의 태동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90년 노태우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 김태촌이 구속 기소되며 세력은 약화됐다. 2009년 김태촌의 출소를 전후해 ‘함평식구파’를 영입하는 등 다시 세력을 키웠다.

범서방파는 ‘선배를 보면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한다’ ‘2년 선배부터는 앞에서 맞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식사 때는 나이순으로 일어서서 90도로 인사한 뒤 식사한다’ 등 내부 행동요령을 갖고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 일산 일대를 중심으로 유흥업소와 성인오락실 운영, 도박 개장, 청부폭력, 금전 갈취, 유치권 행사 관련 폭력행사 등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모은 돈으로 조직원들을 집단 합숙시키고 야구방망이 등 ‘연장’을 샀다. 조직원들의 경조사마다 상당한 금액을 지원하고 음식 수발을 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최근에는 마카오 등 해외에서 원정도박장을 만들어 기업인 등을 바카라 도박에 끌어들인 혐의가 드러나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