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산전수전 공중전 ‘육·해·공 더 단단해졌다’… 軍사관학교 통합교육 현장을 가다

입력 2015-11-02 19:59 수정 2015-11-02 22:00
아침운동과 식사를 마친 육·해·공 생도들이 오와 열을 맞춰 학과출장에 나섰다. 생도들은 대학영어 대학작문 선형대수 컴퓨터과학 체육 국사 북한학 등 11개 통합과목을 함께 공부한다. 이들은 예비 장교로서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고 절제된 생활이 몸에 배어 있지만 축제와 동아리 활동 등 자유와 낭만도 즐길 줄 아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다.
여생도들이 공군사관학교 에이스센터에서 공간지각 훈련인 오보트론 체험활동을 마치고 팔씨름 대결을 벌이고 있다(위 왼쪽). 지성·인성·덕성에 강인한 체력까지 갖춘 생도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훈남, 훈녀로 통한다. / 태릉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 펼쳐진 ‘화랑의식’을 마친 생도들이 밝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 오른쪽). 인내심 배양과 자기수양, 건강 등의 목적으로 3금(금주·금연·금혼)이 학교규칙으로 되어 있는 사관학교는 젊은 지성의 성소(聖所) 같은 곳이다. /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 앞바다에서 생도들이 단정을 타고 해양체육활동을 하고 있다(아래 사진).
육사 강의실에서 수업이 한창이다. 한 생도는 “국민의 세금으로 공부하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말에는 문화활동 등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고 답했다.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최영함을 타고 항해 체험에 나선 생도들이 관함식 연습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F-4E 팬텀 전투기의 고향 청주 제17전투비행단을 견학한 생도들이 조종사로부터 팬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10월 초순, 부산 앞바다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 최영함 함교.

“최영함을 방문한 후배 생도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해군사관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으면서 드넓은 바다를 벗 삼은 해군의 임무와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으리라 믿습니다. 4년간 생도 생활을 마치고 대한민국의 하늘과 땅, 바다를 굳건히 지키는 훌륭한 장교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최영함 함장 안상민(해사 46기) 대령은 생도시절이 떠오르는 듯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후배들을 격려했다. 잠시 전 관함식 예행연습 지휘관으로서 보여준 냉철함은 온데간데 없었다.

10월 중순, 청주 제17 전투비행단 격납고.

이따금씩 뜨고 내리는 전투기 소리에 귀가 먹먹할 법도 한데 전투기 앞에 모인 육·해·공사 생도들은 이찬우(공사 52기) 소령의 설명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헬멧을 쓰고 실제 조종석에 앉은 육·해사 생도들은 복잡한 계기판이 신기한지 들뜬 목소리로 질문을 쏟아냈다. 공사 생도들은 “우리는 앞으로 타 볼 기회가 많다”며 탑승 기회를 양보했다.

10월 하순, 서울 공릉동 육군사관학교의 한 강의실.

육사 교수부의 김나래(육사 67기) 대위가 진행하는 영어독해 수업에 육사 7명, 해사 4명, 공사 3명의 생도들이 옹기종기 앉아있다. 자사(自士)를 대표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생도들의 눈빛에 잠시 긴장감이 엿보였다. 하지만 김 대위의 또렷한 목소리와 재치 있는 유머 덕에 자연스럽게 강의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2012년 시작된 육·해·공사 1학년 생도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통합교육이 4년째를 맞았다. 통합교육은 국군의 합동성을 강화해 선진 강군을 육성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 교육은 3군 사관학교 생도들이 타 군을 폭넓게 이해하고, 타 사관학교 동기생들과 소통하며 ‘우리는 모두 동기생’이라는 인식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단정하게 머리를 자르고 새 제복을 입은 생도들은 두더지(육사), 바텀(해사), 메추라기(공사)라는 애칭으로 지난 2월 말 2015년도 1학년 첫 학기를 시작했다.

통합교육은 2학기 17주를 3개 주기로 구분하고, 통합 편성된 3개 조가 각 학교를 순회하며 일반학 교육을 받는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 전체 대상 생도는 605명으로 한 조가 대략 200명이다. 국방부는 통합교육을 원활하게 시행하기 위해 사관학교 간 상이했던 1학년 학사일정 및 교과목을 통일하는 등 교육과정도 표준화했다.

“한솥밥 먹고 같은 방에서 자고 나란히 앉아 공부하니 당연히 친해지죠. 더구나 우리는 같은 생도잖아요.”

육사 강의실에서 만난 임하민(육사 75기) 생도는 이렇게 말한 뒤 유홍준 교수의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국방부 국방교육정책실 서형석 국방정책교육관은 “사관학교 1학년 생도들의 통합교육을 통해 자긍심이 고취되고 타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향후 우리 군의 합동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끈끈한 동기애로 하나가 된 생도들은 21세기 세계화와 정보화에 걸맞은 선진장교로 성장해 하늘과 땅, 바다위에서 조국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겠다는 결의에 차 있었다.

진해·부산·청주·서울=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