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정상회담, 아쉽지만 성과 있었다

입력 2015-11-02 22:31 수정 2015-11-02 23:07
3년5개월여 만에 재개된 한·일 정상회담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과거사의 핵심이라 할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조기에 타결하기 위해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고 합의하는 데 그쳤다. 양측이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아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음을 뜻한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담화를 통해 일본군의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반성과 사과의 뜻을 밝힘으로써 사실상 해결됐다. 그러나 아베 총리 재집권 후 이런 입장에서 크게 후퇴함으로써 한국의 반발을 샀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 재개 조건으로 ‘고노 담화로의 복귀’를 요구해 왔지만 일본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하지만 두 정상이 이번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견해차를 부각시키기보다 원론적이긴 하지만 해결 의지를 확인한 것은 다행이다. 양국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수교 50주년인 올해 안에 가시적 결과물을 내놔야겠다.

이번 정상회담은 악화된 양국 관계를 전반적으로 정상화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일 관계는 한·미, 한·중 관계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데도 두 정상이 취임 후 단 한 번도 양자회담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사에 발목이 잡혀 북핵 및 군사, 경제, 문화 교류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북핵 문제에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일본 집단자위권 행사 범위에 대해 깊숙이 대화를 나눈 것은 큰 성과다. 경제 분야에서 미국과 일본 주도로 지난달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이 참여를 결정할 경우 상호 협력키로 합의한 것 또한 성과에 속한다. 다양한 종류의 인적 교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이번 회담 결과가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독도 문제와 미·중이 충돌하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입장정리를 하지 않아서다. 특히 독도 문제는 한·일 간 대화 단절을 부른 핵심 의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해서인지 일절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 고위 당국자가 또 다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설 경우 양국 관계 악화가 재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언젠가 일본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한국에 명확한 스탠스를 요구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한·일 정상회담은 중단 없이 계속돼야 한다. 두 정상이 신뢰를 쌓아 과거사와 영토 문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미래지향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