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5시30분 서울 강동구 강동대로 오륜교회(김은호 목사)에 교회 건물을 둘러싼 인간 띠가 등장했다. 올해로 열여덟 번째를 맞은 ‘2015 다니엘기도회’에 참석하는 성도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기다란 대기 열이 만들어진 것이다.
본격 기도회가 시작되는 8시30분까지는 세 시간가량 남았지만 2층부터 4층까지 3000여석의 예배당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기도회 시작이 가까워지자 교육관 4개와 체육관은 물론 좌우 통로와 예배당 입구 앞쪽에 추가된 간이 의자에까지 6500여명의 성도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경기도 광주에서 온 유미경(31·여)씨는 “21일 동안 진행될 기도회의 첫날이라 더 깊이 기도하고 싶은 마음에 점심을 먹고 서둘러 나섰다”며 “오랫동안 간직했던 기도 제목들을 하나씩 풀어낼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오륜교회가 1988년 시작한 다니엘기도회는 교파나 개별 교회의 색채를 배제하고 한국교회가 함께 건강한 영성을 붙들기 위해 힘쓰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는 연합기도회다. 특히 올해 ‘2015 다니엘기도회’에는 역대 최다인 1044개의 교회가 21일 동안 이어지는 기도회에 참여한다. 지난해 264개 교회가 참여했던 것에 비하면 4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 중국 캐나다 일본 베트남 세네갈 등 해외에서도 30개 교회가 동참한다. 기도회는 매일 오후 8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진행되며 멀리 떨어져 있는 교회는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참여한다.
다니엘기도회 담당 주성하 목사는 “인터넷으로 동참하는 교회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서버를 새로 구입해 4개월 전부터 네 차례 시험 방송까지 마쳤다”면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인터넷지원팀 봉사자도 지난해 4명에서 50명으로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기도회 1시간 전부터 진행된 ‘참여교회를 위한 개인자유기도’ 시간에는 서울 경기도 강원도 호남 제주 해외 등 16개 권역에서 모은 기도제목들을 놓고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기도했다. 대형 스크린에는 지역별 복음화 현황과 지역을 위한 공동기도제목, 교회별 기도제목이 끊임없이 소개됐다. 다니엘기도회준비위원회는 이번 기도회를 위해 전국 교회에서 모은 950여개의 기도제목들을 권역별 기도책자로 만들어 참석자들에게 배포하고 21일 동안 수시로 기도에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기도회는 프레전스 워십팀의 찬양으로 시작됐다. 서서히 열기를 더하며 30여분간 이어진 찬양으로 예배당은 들썩거렸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두툼한 겨울옷과 목도리로 무장한 채 입장했던 성도들은 두 손을 들고 목청껏 찬양하는 사이 옷과 목도리를 벗어 던지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연신 닦아냈다.
한껏 달아오른 기도회 분위기를 김은호 오륜교회 목사가 이어받았다. 김 목사는 ‘나라와 민족’ ‘수능 수험생’ ‘섬기고 있는 교회와 교역자’를 위한 공동기도문을 참석자들과 낭독하며 “이 자리에 모인 우리부터 마음을 하나로 모으자”고 독려했다. 남은 20일 동안 참석자들은 ‘북한선교’ ‘국군장병’ ‘한국교회’ ‘정치와 사회’ 등 20개 주제의 공동기도문을 갖고 함께 기도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설교에서 “교단과 교파, 공간을 초월해 함께 말씀을 듣고 함께 기도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그는 “기도는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진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요나처럼 주를 피하는 자가 아니라 다니엘과 같이 주를 향하는 자에게 하나님은 쌓아두신 은혜를 부어주신다”고 강조했다. 또 “다니엘기도회를 통해 한국교회의 영적인 기류가 바뀔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설교에 이어진 통성기도 시간은 다니엘기도회 첫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앳된 얼굴의 한 청소년은 일어나 두 손을 들고, 한 중년 여성도는 가슴을 치며, 한 청년은 통로에 무릎을 꿇은 채 하나님께 은혜를 구하는 기도를 쏟아냈다. 곳곳에서 기도가 하나님을 만나는 통로가 되기를 바라는 간구와 스스로 하나님이 예비하신 축복의 통로가 되겠다는 다짐이 눈물과 함께 터져 나왔다.
이번 기도회에선 2008년부터 8년째 이어오고 있는 '사랑의 헌금'도 대상자를 늘려 진행된다. 첫날에는 근이영양증(근육섬유가 서서히 굳어가는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고대환(16)·은환(11) 형제의 사연이 소개됐다. 다니엘기도회를 통해 모은 헌금은 탈북자, 다문화가정, 선교사와 자녀, 농어촌 및 미자립교회 목회자, 외국인 수술 지원, 사랑의 연탄 나눔, 시리아난민지원 등에 사용된다.
21일까지 계속되는 기도회에는 김문훈(포도원교회) 최남수(의정부광명교회) 권성수(대구동신교회) 목사, 박형서 김숙향 박원철 선교사, 천영호(한국기독공보 사장) 장로, 정성자(조스테이블 설립자) 권사, 송채환(연기자) 집사 등이 강사로 나선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주를 피하는 자가 아닌 주를 향하는 자에게 하나님 은혜”… 제18회 다니엘기도회 21일간 기도 대장정
입력 2015-11-02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