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시리즈] 캔자스시티 로열스, 30년 만에 왕관 탈환

바다건너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도 ‘기적’이 일어났다. 만년 하위 팀으로 불렸던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3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캔자스시티는 2일(한국시간) 뉴욕 시티 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5차전 원정경기에서 뉴욕 메츠와 연장 12회 접전 끝에 7대 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했다.

캔자스시티는 매 경기 짜릿한 역전극을 일궜다. 5차전에서도 상대 선발 맷 하비에게 꽁꽁 묶여 8회까지 0-2로 패색이 짙었지만 마지막 공격인 9회초 매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선두타자 로렌조 케인이 볼넷으로 출루한데 이어 에릭 호스머가 적시 2루타를 때려 1점을 만회했다. 메츠 벤치는 하비를 내리고 마무리 제우리스 파밀리아를 구원 투입했음에도 캔자스시티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마이크 무스타커스가 1루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호스머는 3루에 안착했다. 다음 타자 페레스도 3루수 땅볼로 잡혔으나 주자 호스머가 홈으로 내달렸고, 메츠 1루수 루카스 두다의 홈 송구가 뒤로 빠진 틈을 타 득점에 성공해 2-2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간 캔자스시티는 12회초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1사 2루에서 크리스티안 콜론이 좌전 적시타로 3-2 역전에 성공한데 이어 알시데스 에스코바르가 3루 선상을 흐르는 2루타를 날려 한 점을 더 보탰다. 마지막으로 벤 조브리스트의 고의사구로 만든 1사 만루에서 케인이 싹쓸이 2루타를 터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캔자스시티는 1차전에선 연장 14회말 에릭 호스머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메츠를 5대 4로 꺾었고, 승부의 분수령이 됐던 4차전에선 2-3으로 뒤진 8회초 상대 실책과 적시타를 묶어 대거 3득점을 뽑아내 5대 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캔자스시티는 전형적인 약팀이었다. 1969년 창단 이후 1985년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두 번째 우승까지 3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동안 월드시리즈 문턱은커녕 지구 우승도 1985년이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가을부터 대약진했다. 캔자스시티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해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고 강호 LA 에인절스를 제압한 뒤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마저 3연승으로 물리치고 2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비록 월드시리즈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3승4패로 패퇴했지만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며 ‘기적의 팀’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반면 메츠는 1969년, 1986년 이후 세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이 무산됐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는 포수 살바도르 페레스에게 돌아갔다. 페레스는 월드시리즈에서 22타수 8안타로 타율 0.364를 기록했다. 포수가 월드시리즈 MVP로 선정된 것은 1992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팻 보더스 이후 23년 만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